‘저금리+풍부한 유동성’ 속 재테크 환경이 ‘금리 점진인상+유동성 축소’로 바뀌어
시장 상황 얼마나, 어떻게 바뀔지 아직 불확실… 전문가들, “신중한 투자” 당부
미국의 제로금리 시대가 끝나면서 지난 수년 간 재테크 환경을 지배해왔던 기본 구도도 크게 달라지게 됐다. 각국이 풀어놓은 막대한 유동성(시중 부동자금)과 저금리가 그간의 기조였다면, 이제는 서서히 줄어드는 유동성과 오르는 금리가 재테크의 기본 고려사항이 된 셈이다.
하지만 미국이 “점진적 인상”을 누차 강조한데서 보듯 달라진 환경이 얼마나 빨리 시장을 변화시킬지, 어떤 연쇄작용을 일으킬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만큼 투자의 셈법도 복잡해진 셈인데, 전문가들은 ‘신중, 또 신중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당장 그간 찬밥 대우를 받았던 예ㆍ적금 금리가 이제는 오를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지만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국내 은행들의 1년만기 신규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2012년 3.71%에서 올 10월 1.64%로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상태.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국내 시장금리가 올라야 비로소 은행 예ㆍ적금 금리도 오를 수 있다. 한국은행이 당분간은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뜻을 밝히고 있어 빨라야 시장금리의 본격 상승은 내년 하반기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여유자금을 요구불예금이나 3~6개월 만기 단기 정기예금 등에 넣어두고 상황을 봐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게 더 현명할 것”이라고 추천했다.
주식투자를 노린다면 국내보다는 해외, 그 중에서도 선진국 증시에 수익의 기회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1990년 이후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 주가 흐름을 보면, 인상 결정 전후로는 국내외 주가 모두 10~20% 가량 하락세를 보였으나 이후 3개월~1년 이후엔 상승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다만 매번 시기마다 당시 경제상황에 따라 결과가 들쭉날쭉했다는 점에서 큰 무게를 두긴 어렵다.
최근 국내 증시는 금리인상 악재 외에도 기업실적 악화, 수출 부진 등으로 당분간 전망이 밝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안은영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차장은 “주식형 상품에 투자한다면 해외에서도 신흥국보다는 경기회복이 예상되는 미국이나 여전히 경기부양이 진행 중인 유럽, 일본 같은 선진국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주식시장이 당분간 혼조세를 보일 수 있는 만큼 내년 1분기까지는 공격적 투자보다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에 관심을 두는 것도 대안이다. 신현조 우리은행 잠실역지점 PB팀장은 “주가 등락에 영향이 적은 배당ㆍ공모주나 중위험 상품인 지수형 노 녹인(No Knock-In) 주가연계증권(ELS), 원금이 보장되는 지수연동예금(ELD) 등을 추천한다”고 권했다.
원자재 투자에는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 그간 국제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이 많이 하락했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불러 올 강달러 현상 지속 정도에 따라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신현조 PB팀장은 “내년 여름쯤 유가 회복 전망도 있는 만큼, 위험선호형 투자자라면 원자재 펀드 등의 비중을 늘리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관망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금리인상 여파로 대출심리가 위축되는데다,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라 내년 2월부터는 대출규제도 강화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재건축 재개발이나 은행 예금금리에 비교우위에 있던 오피스텔, 상가 임대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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