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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초(女超)’ 불편하시지요?

입력
2015.12.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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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고 나면 후회함 ㅋㅋㅋㅋ대부분 남자보다 일못하고 칼퇴할려고 하고 결혼하면 일 그만둠. 그러고는 경단자라고 함.”

“여직원? 일 시켜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왠만하면 남자직원 뽑는게 정신건강에 이로움. 여자분들 반성좀 해야함. 회사는 일하는 곳이지, 자기 개인적인 기호나 감정을 해소하는 곳이 아님. 여자는 능력도 중요하지만…성격과 얼굴외모보고뽑아야된다…대부분여자들은 밥맛떨어지더라…여자라고 다좋은게아님…성격테스트꼭해봐라…아주 드러운여자많으니깐 말많은여자도많고…”

“이런 상황에 처해질수록 유리해지는건 여자다. 결혼식장에 가보면 여자(신부)는 백수인 상태로 결혼하는 경우 많음. 근데 남자(신랑)은 백수인 상태로 결혼하는 경우 본적이 한번도 없음. 백수가 아니더라도 중소기업 다니면 여자들이 쳐다도 안본다. 여자 부모님들도 우리 딸이 어디 쓰레기 같은 남자 만났다고 펄쩍 펄쩍 화낸다 남자쪽에서 집 장만해야지, 여자쪽에서는 쥐꼬리 예단만 조금 주면 되고, 요즘은 여자로 태어난게 벼슬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보도된 ‘대졸 취업시장서도 ‘여초 현상’’(▶전문 보기)에 주르륵 달린 인터넷 댓글 중 일부다. 교육부의 지난해 대졸자 취업 통계를 인용한 이 기사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지만 유형은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기사에서도 언급했듯 여성 취업의 질이 어떤가까지 살펴야지 단순히 숫자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었고, 또 하나가 앞서 인용한 여성 혐오 감정의 분출이었다.

여성 혐오성 댓글은 내용만 봐서는 편견에 찌든 일부 남성들의 ‘배설’에 가까운 막글로 읽힌다. 합격자 발표, 노동인구 구성 등에서 ‘여초’ 현상이 이미 오래 전부터 기사화되었지만 그런 보도에서 ‘여초’가 문제 있다고 지적한 경우도 거의 없다. 한국 사회는 공개적으로는 ‘여초’를 반기는 듯하다.

하지만 ‘여초’에 대해 실생활에서, 특히 남자들끼리 있는 자리에서는 이런 혐오성 댓글과 맥락을 같이 하는 의견이 스스럼없이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물론 “여자들은 일은 제대로 안 하고 챙겨먹을 건 다 챙겨 먹는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직종의 특성상 여자들의 능력이 모자라는 부분이 있어 문제라거나, 합격자 선발에서 남녀 비율이 무너지고 있다는 논리를 댄다. 따지고 보면 능력 운운은 객관적으로 검증된 것이 아니고, 남녀 비율 운운은 전체 조직원을 계산해보면 착시인데도 말이다. 하나고 사건은 이런 한국사회의 정서를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여성의 날을 맞아 이코노미스트지가 유리천장(glass ceiling) 지수를 발표했다. 여성의 사회 참여와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의 비교다. 남녀 임금 격차, 기업 임원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 9개 항목을 점수로 매긴 결과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ㆍ34개국)의 조사 대상국 28개국 중 꼴찌였다(100점 만점에 반올림해 26점). 평균은 60점. 1위는 핀란드(80점), 노르웨이·스웨덴이 공동 2위, 일본은 한국 바로 위였다(28점). 남녀 임금격차(37%)는 OECD 평균치(16%)의 두 배다. 남녀의 노동시장 참여율 격차는 27위(22%)로 뒤에 이슬람 문화권의 터키가 있을 뿐이다. 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2%)은 1위 노르웨이(39%)와 천양지차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긴 2014년 ‘젠더격차지수(Gender Gap Index)’는 142개국 중 117위다.…

여성이 남성과 사회적 동반자가 돼야 하는 이유는 국가 차원에서 더 절실하다. 갸우뚱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나 통계 데이터가 웅변한다. 양성평등지수가 높을수록 국가 경쟁력과 국민행복지수가 높다. 여성의 경제 참여율이 높을수록 국가 출산율이 높다. 기업에서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을수록 실적이 좋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재원 투입이나 생산성 향상보다 여성 고용을 늘리는 것이 국내총생산(GDP)을 더 올린다고 분석한다.”(중앙일보 3월 15일자 중앙시평 ‘여성 숫자를 늘려라’▶전문 보기)

“최근 한국사회에서 소위 ‘알파 걸’로 불리는 여성의 가시화 현상 역시 계층 문제다. 모든 여성이 알파 걸이 될 수는 없다. 또한 우리 사회에는 여성의 노동과 역할의 증대를 ‘여성 상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여성이나 이슬람은 큰 인구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내부에 차이가 없는 똑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여성은 불쌍한 피해자 아니면 ‘된장녀’ 둘 중 하나이고, 이슬람사회는 미개하고 비상식적이라는 전제에서 나온 고정관념이 그것이다.…

남성이 성차별당하고 있다는 불만은 역사적으로 김군이 처음도 혼자도 아니다. 1989년 12월 6일, 캐나다 몬트리올의 한 공과대학에서 한 남성이 “왜 여자가 공학을 공부하느냐”며 반자동 소총을 난사해 강의실과 도서관을 오가던 14명의 여학생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남성이 주도하는 남성폭력 근절 운동인 ‘하얀 리본’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북미의 경우 배우자 폭행의 90%, 성폭력의 98%가 남성에 의해 발생한다. 한국의 가정폭력이나 여아 낙태도 외부에서 보면 ‘이슬람사회만큼이나’ 끔찍하게 보일 것이다. 가정폭력과 성폭력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빈발하는 가부장제 현상이다.

요지는 여성의 지위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으로 합의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 여성 노동자들은 대다수 비정규직에 남성 임금의 60%를 받고 있으며, 노동 시장 진출의 질은 세계 100위권 밖이다. 그러나 한국 여성의 학력 수준은 세계 1~2위권이다. 미국 50개 주(州) 중 여성의 교육, 경제적 지위가 가장 낮은 주와 가장 높은 주의 가정폭력 발생 비율은 똑같다. 여성은 공적 영역의 지위와 사적 영역의 지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경향신문 3월 20일자 정희진의 낯선 사이 ‘국제정치의 인질, 여성과 이슬람’▶전문 보기)

명동거리를 거닐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명동거리를 거닐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요즘 공무원 대상 강의를 나가서 “우리나라 성평등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라고 질문하면 대부분은 “아직은 여성 수준이 남성보다 낮으나 점차 향상돼 가고 있다”고 답한다. 그러나 연세가 든 분 중 아니면 젊은 분 중에도 “남성들이 역차별 당한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분들이 있다.…며칠 전 ‘세계 성격차보고서 2015’에서 우리나라 성평등 지수를 145개국 중 115위로 발표했다. 사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인간개발 지수는 187개국 중 15위로 상위권인 데 반해 남성과 여성의 격차를 나타내는 지수는 바닥권인 것이 우리나라 성평등의 현주소다.…이번에도 순위가 발표되자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다” “지금은 역차별이 있다” 등 여러 가지 반응이 나왔으며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성평등 지수가 나온 세부 내용을 보면 경제활동 참여 기회가 125위로 가장 낮고 교육분야 102위, 정치권한 분야 101위, 건강평등 수준은 79위이다. 글 읽는 능력은 1위이지만 3차 교육기관 등록이 116위이고, 남녀 평균 기대수명은 1위지만 남녀성비 불균형이 128위라 순위가 하위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성평등 수준에서는 후진국임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 제정과 함께 여성정책을 시작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성별격차지수가 115위라면 우리를 다시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직면해 있는 일ㆍ가정 양립 문제, 저출산 문제, 고령화 문제, 여성폭력 문제 등은 성평등 수준을 향상시키지 않고는 풀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어려서부터 성인지 내지 성평등 교육이 시급하다. 현재 양성평등기본법 제18조에는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성인지 교육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확대해 어린이집, 초ㆍ중ㆍ고교, 대학까지, 나아가 기업에서도 성평등 교육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우리가 추구해온 전략, 즉 차별금지법 제정, 적극적 조치의 활성화, 성주류화 정책 내실화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성별 다양성 없이는 어떤 성장도 기대하기 힘들다.”(여성신문 12월 4일 여성논단 ‘인간개발지수 15위, 성평등 지수 115위’▶전문 보기)

“올 봄에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가장 큰 논쟁거리는 싱크대 높이였다. 3년 전에 어쩌다 우리 가족에게 넝쿨째 굴러들어온 복덩어리인 강화의 주말주택이다. 구석에 틀어박힌 부엌을 마루로 끌어내는 데에는 환영 일색이었는데, 싱크대와 작업대 높이에서 싸움이 붙은 것이다. 나보다 15㎝ 더 큰 남편은 “더 높여!”를 외쳤고, 남편보다도 훨씬 더 큰 남자 친구를 데려와 요리를 해 먹곤 하는 나보다 키 큰 딸은 “왕창 높여!”를 부르짖었다.

솔직히 지난 3년 동안 나조차도 쓰기 싫은 부엌이었다. 들어가기 싫은 것은 물론이고 조금 일하다 보면 허리 아프고, 설겆이 하다 보면 사방에 물이 튀는지라 고역이었다. 그러니 남편은 오죽했으랴. 허리를 구부리고 서 있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더 고역이었다. 알다시피 남자가 힘들어하는 걸 알면 여자가 더 나서서 일하게 된다. ‘차라리 내가 힘들고 말지’라는 심리는 나 같은 여자에게조차 작용하는 것이다.…

싱크대와 작업대를 높이고 나니 재미있는 장면이 속출한다. 나는 남편이 부엌에서 당연히 편할 것으로 여기고 하루 한 끼 책임지라고 거리낌없이 요구한다. 딸의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완전 조용해지고 요리에만 몰두한다. 키 큰 친구들이 놀러 오면 작업대 편하다고 부엌에서 놀려고 든다. 키 작은 친구들은 작업대가 가슴에 올라 붙는다고 재밌어한다. 이럴 때는 아주 쉬운 해결책이 있다. 굽이 있는 실내화를 내주면 되는 것이다.

싱크대를 높여라. 남자 키에 맞춘 싱크대가 옳다. 높으면 굽 달린 실내화를 신으면 되지만, 낮으면 허리를 구부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부엌은 남자상위 시대가 되는 것이 옳다. 남자의 키와 남자의 미숙함을 배려해주는 부엌의 디테일은 무궁무진하다.”(여성신문 11월 27일 김진애의 집 이야기 ‘싱크대를 남자 키에 맞춰라!’▶전문 보기)

김범수기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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