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산케이(産經)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무죄판결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한일관계 중요대목에서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는데 의미를 두면서도 무죄판결은 당연한 결과란 입장이 대다수다. 한편으로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하고 소문을 안이하게 쓴 것은 비판 받아야 한다”며 “소문이라고 하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써도 좋은 것은 아니다”고 가토 지국장을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전날 판결에 대해 “일한관계의 관점에서도 평가하고 싶다. 긍정적 영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판결에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정치적 메시지가 담겼다고 보냐는 질문에 “타국의 재판과정에 언급을 자제하고 싶다”면서도 “정부차원에서 보도, 표현의 자유 및 일한관계 관점에서 누차 한국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번 무죄판결로 ‘공’이 일본측으로 던져졌다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위안부 ‘조기타결’목표가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한국측이 더 나아간 양보를 일본에 요구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일본 정부 내 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산케이 문제로 인한 부담이 일단 제거돼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면서도 외무성 간부를 인용, “무죄판결이 나왔다고 위안부 현안타개와 연결되진 않는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일본 언론은 한국검찰이 항소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한편, 판결에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다고 해석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한국 외교부가 가토 전 지국장의 선처요청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는 위안부 문제에 관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결단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삼권분립 국가임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라며 “명예훼손의 대상이던 박 대통령의 양해를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재판의 당사자인 산케이는 이날 ‘기소는 트집, 朴정권의 앙갚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언론 보도의 자유를 내세우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기소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것”이며 “서방 언론의 특파원에게도 한국 검찰이 과연 똑같이 기소 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기소는 한국전쟁 당시 한국인 미군 위안부의 실태를 보도한 가토 전 지국장에게 박근혜 정권이 앙갚음 했을 가능성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기사는 문제가 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기사가 보도되기 이틀 전에 게재됐다.
반면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가 기본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과 일본법률에 밝은 법률가의 견해를 인용해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취재가 불충분했다”고 보도했다. 우스이 히로요시 조치(上智)대 교수(미디어론)도 “인터넷사회에서는 소문이라고 썼더라도 확산하는 동안 진실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고 산케이 기사의 무책임함을 지적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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