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최초로 외국계 영리병원의 설립을 승인했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크지만, 현행 국민건강보험체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18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요청한 중국 녹지(綠地)그룹의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를 승인, 제주도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녹지국제병원사업계획서를 검토한 결과 자본금 500만달러 이상, 외국인 투자비율 50% 이상 등 법령 상 요건을 충족하고 응급의료체계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서 제기된 녹지국제병원의 우회투자 의혹에 대해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영리병원의 설립은 의료보험 민영화와 함께 지난 정권 때부터 추진됐으나 전국민 의료보험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연기돼왔다. 제주도의 경우 2012년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한 제도가 도입됐지만 사업승인은 계속 미뤄졌다. 하지만 이번에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되면서 앞으로 인천 송도를 비롯한 8개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 신청도 잇따를 전망이다.
정부 승인이 나온 녹지국제병원은 제주도가 최종 허가하면 내년부터 본격 설립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녹지국제병원은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2만8,163㎡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의 규모(총 47개 병상)로 건립될 예정이다. 성형외과ㆍ피부과ㆍ내과ㆍ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목에 의사(9명)ㆍ간호사(28명)ㆍ약사(1명) 등 총 134명의 인력이 배치된다. 이 병원은 자본금 2,000만달러에 외국인 투자비율 100%로, 총 투자금액 778억원은 녹지그룹에서 전액 조달할 계획이다.
녹지국제병원이 들어서면 의료관광 효과로 제주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는 높다. 내국인도 이용이 가능하지만, 제주도를 관광하는 중국인이 주된 대상으로 외국인들을 국내로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거란 분석이다. 하지만 향후 영리병원의 의료 질이 높아지고, 내국인 환자의 이용이 많아질 경우 현행 국민건강보험 체계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리병원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향후 의료 불평등 논란도 거세질 수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의료 민영화ㆍ영리화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며 “병원비가 폭등하고, 건강보험이 붕괴 되는 의료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 시행령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영리를 추구할 수 없다. 수익이 나도 의료기기 구매나 인건비 지출 등 병원에 재투자해야 한다. 영리병원은 그 예외로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제주도와 8개 경제자유구역에 설립할 수 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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