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여러분도 함께 갇혀 있는 심정으로 그들을 기억하십시오.
학대 받는 사람들이 있으면
여러분도 같은 학대를 받고 있는 심정으로
그들을 기억하십시오.”
(히브리서 13:3)
-‘곁에 머물다’(NCCK세월호참사대책위원회 지음, 대한기독교서회, 181쪽)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1차 청문회가 16일 마무리됐다. 사흘 간 숱한 문답이 오갔지만 정부 초기 대응이 왜 그렇게 부실했는지 그 원인은 좀처럼 규명되지 못했다. 이 와중에 나온 증인들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학생들이 철이 없어서” 등의 발언은 유족들의 마음에 비수로 꽂혔다. 무엇보다 여당 추천 위원 5명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반쪽 청문회’의 모습은 이 비극의 근본 원인을 조사하고, 진단하고, 고쳐나가는 우리 사회와 정부의 능력이 2014년 4월 16일로부터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절감케 했다.
‘곁에 머물다’는 세월호의 비극에 대한 신학자들의 글을 담은 책이다. 참사 이후 유족들의 마음을 후벼 파는 혐오 발언이 일부 목회자들의 입에서 나온 터라, 뜻있는 목회자나 신학자들은 참사의 심각성만큼이나 이 사건을 기억하는 교회의 방식을 고민하고 괴로워했다. 177명의 신학자들은 지난해 8월 “세월호 사태의 진정한 해결은 그 진실을 밝히는 데 있다”는 성명서를 냈고, 이어 세월호를 기억하는 글을 모은 책 ‘곁에 머물다’를 펴냈다.
책의 6장 ‘이 아픔을 잊지 않겠습니다’는 갇혀있고 학대 받는 형제를 “기억하라”는 히브리서의 당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진 글에서 박일준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묻는다. 세월호 이후 당신은 어떤 선택을 했느냐고. “진실을 믿으며 정의와 사랑이 도래할 것을 꿈꾸는 사람인지” 아니면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이 외면하는 사람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증언이 남발된 ‘반쪽 청문회’의 풍경은 박 교수의 물음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진실을 믿는 사람인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하는 사람인가.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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