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서 2010년 불법 인정 불구
검찰 "행정재판과 형사재판 달라
파견 인정할 만한 증거 없다"
판결 이전 불법행위에 대해선
"죄인지 몰랐던 만큼 판단 안 해"
민주노총 "사법기관 역할 포기"
정부는 파견업종 확대 움직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여부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 온 검찰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현대차에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2010년 7월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를 불법파견으로 인정하고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검찰은 무혐의로 판단해 ‘재벌 면죄부’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06년에도 사내하청 불법파견혐의로 노동부에 의해 고발된 현대차에 불기소처분을 내린 바 있다.
20일 울산지검과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노조, 국민고발인단 등이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임직원, 사내하청업체 대표 등에 대해 2010년, 2012년, 2013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검찰은 지난 8일 불기소처분했다.
법원이 파견과 도급을 구분하는 기준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업무지휘 및 명령권한의 행사여부다. 2010년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행정소송)에서 “최씨는 사내하청업체에 고용됐지만 현대차로부터 직접 노무ㆍ지휘를 받은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며 불법 파견 판정을 내리고 현대차가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사내하청 노동자가 현대차 정규직과 같은 컨베이어 벨트의 같은 공정에서 일하며 현대차의 작업지시를 받는다는 점, 현대차가 근태관리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최씨의 근무형태가 민법상 도급이 아닌 파견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검찰은 “민사ㆍ행정 소송과 달리 형사적으로 파견이 인정될 정도로 현대차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지휘 명령권을 행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현대차에 혐의가 없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하청노동자가 원청 직원의 결원 시 대체투입돼 작업한 ‘한시도급’이나 ‘비상도급’에 대해서는“파견 성격이 뚜렷하므로 피의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지만, 이런 상황도 지금은 사라졌다는 점 등을 들어 기소유예 처분했다. 특히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 2010년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 이전에는 (현대차가) 자신의 행위가 법에 의해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경우에 해당된다며, 이 경우 처벌 않는다는 형법상 ‘법률의 착오’조항을 적용한 점도‘재벌 면죄부’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불법파견을 양산하는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사내하청 업무는 파견이 금지돼 있는 뿌리산업(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에 속하지만 기업들이 사실상 도급을 가장해 폭넓게 파견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대법원 판결에 반하는 검찰의 무더기 무혐의 판정은 사법기관으로서 역할을 포기한 처사” 라며 “일부 혐의에 대한 기소유예는 불법파견 여부를 따질 수 있는 재판의 기회조차 봉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태욱 민주노총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특수고용문제 등 다른 노동문제에서 법원은 민사ㆍ행정사건과 형사사건을 나눠서 판단하고 있지 않다”며 “검찰의 불기소 이유는 현대차 주장을 그대로 옮겨온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특별히 밝힐 의견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사건 일지◆
한편 정부는 지난 9월 15일 노사정 대타협 이후 뿌리산업에 한해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파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 검찰의 결정이 향후 입법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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