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아동시설 운영 단체들
"의사·보육사 등 전문 인력 투입
사업관리비 비중 높을 수밖에"
“그동안 홈페이지에 지출 원천 장부도 그대로 올려놓고 노이로제에 걸릴 만큼 투명하게 공시했습니다.”
국세청 공시 기준에 맞게 인건비를 사업관리비 지출내역에 포함한 단체의 한 관계자는 관리비 비중이 다른 단체들보다 높게 나왔다는 결과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직접 시설을 운영하면서 여러 직원이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단순히 기부금을 모금하고 배분만 하는 곳에 비교하면 인건비를 포함한 관리비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관리비 비중이 40% 이상이었던 푸르메, 대한적십자사, 대한사회복지회, 홀트아동복지회 등은 모두 아동복지시설이나 의료기관 등 복지시설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단체다. 홀트아동복지회 관계자는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사의 경우는 3교대로 근무하고 위탁가정에도 아동을 1대 1로 맡기는 등 인건비로 250억원이 들어간다”며 “후원금이 87억원 정도 들어오는데 수입과 지출을 국세청에 온전히 공시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적십자사의 경우 “의사와 간호사와 같은 전문직 인력이 많이 투입되고 혈액검사장비 등 각종 장비 구입비용이 드는 혈액사업으로 인해 관리비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사업관리비 비중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공익법인의 효율성이 낮은 건 아니라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사업관리비 비중 때문에 인건비를 아예 사업비에 반영할 것을 고민하는 단체도 있다. 관리비 비중이 20% 정도로 분석된 한 단체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모든 인건비를 사업관리비로 분류 했지만 해외지원사업을 하는 컨설턴트의 인건비를 일부 단체처럼 사업비로 반영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익법인의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사업관리비 비중은 단체의 사업특성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으므로 투명한 정보공개와 현실에 맞는 평가 가이드라인 제시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부문화연구소의 비케이안 대표는 “현재 미국에서는 자선단체들이 돈을 많이 쓰더라도 매년 관리비 비중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본다”며 “사업관리비 비중을 무조건 낮게 기록하기보다는 지출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출 이유를 잘 설명해 기부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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