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수도 위례성(慰禮城)으로 추정되고 있는 서울 풍납동 풍납토성의 동성벽 외곽에서 해자가 최초로 발굴됐다. 2003년 풍납토성 서쪽에서 뻘층이 발견되는 등 해자로 추정되는 고고학적 흔적이 부분적으로 나타났지만, 해자의 전모가 발굴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규모는 경주 월성 해자에 비해 작지만 깊이는 더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풍납토성 동남쪽 성벽 아래쪽에 있는 구 태양열주택부지(풍납동 강동대로3길 5)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한 결과 완만한 경사의 성벽 외곽에서 급경사의 역사다리꼴 형태로 조성된 해자를 확인했다. 조사단 측은 “해자를 돌로 축조한 흔적은 없기 때문에 확언할 단계는 아니지만 낙차를 감안하면 토성 방어를 위해 인위적으로 파낸 해자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자의 규모는 위쪽 폭이 13.8m, 아래쪽 폭이 5.3m, 깊이가 2.3m다. 흔히 풍납토성과 비교되는 신라 도성으로 추정되는 경주 월성의 해자는 폭이 50m지만 깊이는 1m 남짓이다. 풍납토성의 해자가 폭은 훨씬 좁지만 깊이는 더 깊다. 월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대에 위치한 반면 풍납토성은 평지에 세워졌기에 더 깊은 해자를 파낸 것으로 보인다.
해자와 성벽의 사이에는 인위적으로 구성된 뻘층이 발견됐다. 뻘층은 깊은 해자를 만들기 전 초기 단계의 해자거나 성벽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만든 흙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에서는 3세기 후반에서 4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토기 유물이 출토됐다. 다만 이 뻘층의 정확한 의미 규명은 학계의 과제로 남았다. 정자영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사는 “뻘층의 용도와 조성시기를 밝힌다면 해자는 물론 풍납토성의 실제 구축시기 등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이번 해자 발굴은 2011년 단면절개로 발굴된 풍납토성 동쪽 성벽의 외곽에서 이뤄졌다. 2011년 당시에는 해자 부지를 조사하던 중 콘크리트 구조물과 폐기물이 발견돼 발굴조사가 중단됐었고 올해 초 폐기물을 반출한 후 5월부터 발굴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보다 앞선 2002년에는 풍납토성 남서쪽 삼표산업 사옥 신축부지에서 해자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자갈층이 발견되기도 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2일 해자를 발굴한 현장을 공개하고 설명회를 연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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