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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91명 실종 선전 산사태, 불법 매립 때문

입력
2015.12.2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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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중국 남부 선전시의 한 공업단지 부근에서 쓰레기산이 무너지며, 33개동의 공장 건과 아파트가 매몰됐다.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선전=신화 뉴시스
20일 중국 남부 선전시의 한 공업단지 부근에서 쓰레기산이 무너지며, 33개동의 공장 건과 아파트가 매몰됐다.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선전=신화 뉴시스

100명 가까운 인원이 실종된 중국 4대 도시 선전의 산사태 참사도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 주변에 건축 폐기물을 불법으로 무리하게 쌓아 올린 ‘쓰레기산’이 무너져 내린 것이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2015년은 유독 이런 인재가 많아 중국인들에게 고도 성장의 속에 가려져왔던 추한 민낯이 드러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21일 신화통신과 신경보 등에 따르면 20일 오전11시40분 선전시 광밍(光明)신구 류시(柳溪)공업단지에서 부근에 쌓여 있던 토사와 쓰레기 더미가 갑자기 파도처럼 덮치면서 33개 동의 공장과 기숙사 등이 매몰됐다. 토사가 뒤덮은 면적은 10만㎡에 달했다. 21일 오전6시 기준 실종자는 모두 91명이다. 그러나 기숙사 건물이 3개동이나 돼, 희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사고는 과도하게 쌓아 올린 쓰레기와 건축 폐자재 더미가 한꺼번에 흘러 내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2005년부터 사고 현장 부근에 채석장이 있었다. 2013년 채석장이 문을 닫고 그 동안의 작업으로 생긴 골짜기와 구덩이에 물이 차자 2014년부터 이 곳은 건축 폐기물과 쓰레기, 진흙, 토사 등의 매립장으로 둔갑했다. 최근 이 쓰레기 매립 산의 높이는 100m에 달했다. 토목 및 지질 전문가들은 불안한 구조의 쓰레기산이 20일 오전 내린 약간의 비에 결국 무너져 내리며 공장과 아파트를 덮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매체들은 사고 당시에도 규정을 어긴 불법 쓰레기 매립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선전시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중국 국토자원부도 사고 현장엔 자연적인 산이 없었다며 이번 재난의 원인은 산 자체의 토사 붕괴가 아니라 급경사 지역에 쌓여 있던 많은 인공 흙더미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소방대원 등 1,500여명이 벌이고 있는 구조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건축 폐자재와 쓰레기, 붕괴 건물 잔해 등이 함께 뒤엉키며 생존자 탐색과 구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사고로 이 곳을 지나던 천연가스관이 폭발하며 현장에서 4㎞ 떨어진 곳에서도 폭발음을 들을 수 있었다. 사고 당시 찍힌 동영상엔 건물이 순식간에 붕괴되고 토사들이 분수처럼 하늘 위로 치솟는 장면도 담겼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구조 작업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하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

중국 내에선 이번 사고 역시 그 동안의 고속 성장이 낳은 후유증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지난 1년간 중국에선 유독 대형 인재(人災)가 많았다. 36명이 숨진 상하이(上海) 와이탄(外灘) 압사 사고, 442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창장(長江ㆍ양쯔강) 둥팡즈싱(東方之星) 유람선 전복 사고, 173명의 사망ㆍ실종자를 기록한 톈진(天津) 폭발 사고 등이 잇따른 데 이어 연말엔 선전에서 사고가 터지며 중국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

선전은 홍콩과 맞붙어 있는 광둥(廣東)성의 대표적 공업도시로, 1980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되며 30년간 연 평균 24.4%의 성장률을 이어온 곳이다. 한가로운 어촌에 불과했던 이 곳의 국내총생산(GDP)은 79년 1억9,000만위안에서 지난해는 1조6,001억위안으로 35년 만에 무려 8,400배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인구도 1,500만명이나 된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를 비롯, 텅쉰(텐센트), 비야디(BYD), TCL 등 중국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모두 이 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20일 쓰레기산사태가 난 중국 남부 선전시의 한 공업단지 사고 현장의 항공 사진. 개미처럼 작게 보이는 굴삭기들이 구조 작업을 펴고 있다. 신화망
20일 쓰레기산사태가 난 중국 남부 선전시의 한 공업단지 사고 현장의 항공 사진. 개미처럼 작게 보이는 굴삭기들이 구조 작업을 펴고 있다. 신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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