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개각에서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주요 부처 장차관 자리에 또다시 기재부 출신이 입성하게 됐다. 현 정부 들어 ‘기재부 출신 전성시대’가 더욱 가속페달을 밟는 모습이다. 내부 승진자를 배출하지 못한 부처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날 개각으로 기재부 출신 장관급은 기재부 밖에서만 네 명이 됐다. 기재부 차관보를 지낸 강호인 국토부 장관과 1차관을 거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모두 행시 24회. 역시 기재부 1차관 출신인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25회, 그리고 주 후보자는 26회다. 차관으로 넓히면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차관(26회)과 방문규 복지부 차관(28회)이 모두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차례로 거친 인물이다.
기재부 출신이 개각에서 자꾸 중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재부 관료들이 정책조정 능력 등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 받기 때문. 여기에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막후에서 힘을 발휘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자리를 빼앗기는 해당 부처의 여론은 매우 차갑다. “우리가 기재부 2중대냐“라는 불만이 들끓는다. 특히 임창렬, 정덕구, 윤진식, 최경환, 최중경에 이어 6번째 기재부 출신 장관을 맞이한 산업부에서는 “대부분 산업부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경우가 없었다”며 반발 기류가 팽배하다. 이번 정부 들어 세 명의 장관(서승환 유일호 강호인) 모두 외부 출신으로 채워진 국토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국”이라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
기재부에 장차관 자리를 빼앗긴 부처가 맞닥뜨린 현실적 문제도 있다. 장관이나 차관을 내부 승진자로 채우면 차관보(실장)-국장-과장 등의 직급에서 연쇄 승진 효과가 생기는데, 이렇게 외부에서 장ㆍ차관이 충원되면 승진이 장기간 정체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1차관을 타 부처로 영전시킨 기재부는 또다시 인사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현재 정은보 차관보와 최상목 대통령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1차관 물망에 올라 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m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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