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주러시아 한국문화원장으로 부임한 A씨는 문화원 행정직원(10~14명) 중 믿을 만하고 업무에 적격인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2012년 1월 자신의 딸을 행정직원으로 채용했다. 이후 2년여 동안 인건비, 출장여비 등의 명목으로 딸에게 5만1,000여달러(한화 약 6,000만원)를 지급했다. 같은 기간 A씨 배우자는 문화원 산하 세종학당장 겸 한국어 전임강사로 부당 채용돼 2만여달러(2,350만원)를 강의료 등의 명목으로 챙겼다.
감사원은 최근 재외공관 감사결과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A씨가 지난 3월 한국문화원장 퇴임 후 교수로 재직 중인 B대 총장에게 A씨 정직 징계 처분을 요구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특히 2013년 12월 주러시아 대사와 정무공사가 가족 부당 채용 시정 지시와 경고를 내렸는데도 지난 3월까지 채용을 유지하며 부인과 딸에게 모두 2만1,000여달러(2,470만원)를 추가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이 밖에도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재외공관 운영 실태가 적발됐다. 주뉴욕 한국문화원 소속 문화홍보관 C씨의 경우 배우자가 자신 명의 카드로 쓴 식사비, 주차비 690여달러와 휴가 기간 자신이 사용한 콜택시비 250달러 등을 업무에 사용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돈을 타내다가 감사에서 들통이 났다. 주키르기즈대사 D씨는 지난해 9월 현지 생활안내 책자를 다시 발간했다. 이 과정에서 부인이 책자 발간을 책임졌다는 이유로 지은이와 저작권자를 부인 명의로 해서 책자 300부를 인쇄했다. 그러나 비용 중 일부인 2,000달러를 사비 대신 공금으로 썼고, 나머지 5,000달러는 공관 외환계좌 개설 은행, 대사관 인테리어 시공업체 등에서 광고비 명목으로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외교관의 음주운전사고 보고 누락도 드러났다. 2013년 12월 주우즈베키스탄대사관 소속 참사관 E씨는 타슈켄트의 한 골프장에서 직원들과 골프를 치고 술을 마신 뒤 귀가하다 뺑소니 포함 두 차례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하지만 E씨는 현지에서 사건을 무마했고, 대사관은 외교부 본부에 E씨의 교통법규 위반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이번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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