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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엘리뇨에... 美 초여름 같은 크리스마스 이브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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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엘리뇨에... 美 초여름 같은 크리스마스 이브 맞는다

입력
2015.12.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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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 12일 열린 산타콘 축제에 참가한 한 남성이 산타복의 상의를 벗은 채 누워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 뉴욕에서 12일 열린 산타콘 축제에 참가한 한 남성이 산타복의 상의를 벗은 채 누워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여전히 가을인 건가요? 아니면 벌써 봄인 걸까요?”

유럽과 미국이 이상고온 현상으로 어느 때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흰 눈은커녕 반팔 차림으로 크리스마스를 맞아야 할 상황이다. AFP 등 외신은 21일 “스케이팅과 눈싸움을 해야 할 계절에 꽃이 피고 스키장은 인공설을 만드느라 분주하다”며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 현상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각국의 모습을 전했다.

눈과 얼음의 도시로 불리는 러시아 모스크바마저 요즘 기온은 영상을 웃돌고 있다. 때문에 겨울 모스크바의 명물이던 1,200개 아이스링크가 아직 한 군데도 개장하지 못했고, 붉은 광장의 인공 아이스링크는 간신히 이날 문을 닫았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시 당국이 모스크바 중심부에 설치해 놓은 7m 높이의 얼음 미끄럼틀도 설치 나흘 만에 모두 녹아 내렸다. 니콜라이 테레초노크 기상예보관은 AFP에 “21일 평균 기온은 5도였는데, 이는 겨울 평균 기온인 영하 6.5도보다 12도나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스위스 알프스 산의 다보스 리조트를 찾은 사람들이 12일 눈이 쌓이지 않은 스키장 위에서 걸어가고 있다. 다보스=AFP 연합뉴스
스위스 알프스 산의 다보스 리조트를 찾은 사람들이 12일 눈이 쌓이지 않은 스키장 위에서 걸어가고 있다. 다보스=AFP 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12월 날씨가 가장 추운 나라이자 산타클로스의 고향인 핀란드의 전날 기온은 섭씨 10.3도였다. 영국 런던 기온은 16.9도, 스웨덴이나 에스토니아의 기온은 10도를 기록했다. 충분한 눈이 내리지 않자 이탈리아 알프스 스키장에는 인공 눈이 깔렸고 독일 드레스덴 곳곳에는 벚꽃이, 영국에는 수선화가 만개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골프장들은 12월 중순임에도 잔디가 빠르게 자라 잔디 깎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도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특히 기상청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전국적으로 초여름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보했다. 오는 24일 워싱턴 21도를 비롯해 보스턴 16도, 뉴욕 17도, 필라델피아 18도, 샬럿ㆍ애틀랜타 22도 등 대서양과 인접한 동부 도시들이 20도 안팎의 높은 기온을 기록할 전망이다.

영국 런던의 알렉산드라팰리스 공원에 18일 꽃들이 만개해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영국 런던의 알렉산드라팰리스 공원에 18일 꽃들이 만개해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미국 웨더뉴스채널에 따르면 미국 동부와 중동부 지방에서는 오는 크리스마스 때 눈을 전혀 볼 수 없다. 미네소타와 위스콘신 등 5대호 인근 일부 주도 눈이 올 가능성이 낮고, 로키 산맥이 관통하는 콜로라도나 와이오밍, 몬태나, 아이다호, 유타 등 일부 지역에만 많은 눈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스키장들도 개장 일정을 잡지 못해 울상이다. 지난 18일 기준 대표적 스키 리조트 지역인 버몬트 부근 스키 리조트 20곳 중 8곳만 겨우 문을 연 상태다. 이들은 때 아닌 댄스축제를 여는 등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

이 같은 이상고온 현상은 엘니뇨 현상에 따른 해양 온도 상승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북유럽 주민들도 따뜻한 겨울에 익숙해지게 될 것이라며 이와 같은 기후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최근 이달에 이례적인 한파가 덮쳐 지난 1916년 이후 가장 추운 12월이 되지 않는 이상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더운,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은 1910년 이래로 가장 더운 11월을 보냈고, 미국도 올해가 관측 이래 가장 기온이 높은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기상청은 내년 전 세계 평균 기온이 1961∼1990년보다 0.84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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