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그 동안 핵심적인 정치개혁의 하나로 상향식 공천을 약속해왔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되돌려 주는 공천혁명이야말로 진정한 정치혁신이요, 정치개혁의 완결이라는 인식에서다. 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의 안을 토대로 지난 4월 의원총회에서 의결된 보수혁신안이 하향식 공천을 뜻하는 전략공천 여지를 완전 배제한 것도 이런 인식의 반영이었다. 김무성 대표는 공 들인 오픈프라이머리가 무산된 뒤에도 전략공천 불가 입장만은 고수하며 완전한 상향식 공천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요즘 당 안팎에서는 우선추천제, 단수추천제, 험지(險地) 출마론 등 표현은 다르지만 사실상 전략공천을 기정사실화하는 용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명망인사들에게 험지 출마를 적극 권유하고 나선 이는 다름 아닌 김무성 대표다. 물론 전략공천과, 경선 형식을 거치는 험지 출마는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앙당이 지원하는 후보인 만큼 사실상 위에서 내리 꽂는 전략공천과 다를 게 없다. 어떻게 포장해도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결국 김 대표부터 전략공천 금지선을 허물고 있는 셈이다.
내년 총선후보 공천 룰을 정하는 공천제도특별위원회가 22일 가동되면서 전략공천 논란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특위위원장을 맡은 황진하 사무총장은 첫 회의 뒤 ‘우선 추천 지역과 단수 추천 관련 룰’이 향후 특위가 다룰 핵심 의제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장애인ㆍ여성 등을 위한 우선 추천과 월등한 경쟁력을 갖춘 후보의 단수 추천은 당규에 있는 개념이긴 하다. 그러나 구체적 기준을 정해 따른다고 해도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적지 않아 전략공천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약속을 무색하게 하는 건 친박계의 노골적인 자파 후보 밀어주기다. 친박계 중진 인사들은 19일 대구 동을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경쟁하는 이재만 전 대구동구청장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진실한 사람’을 강조하며 노골적인 지지를 유도했다. 박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총선 출마를 위해 떠나는 장관들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진실된 사람’의 이미지를 씌워 주었다. 대통령의 지방행사 때마다 해당지역에 출마하는 이 정부 출신 인사들이 참석해 함께 사진을 찍게 해주는 것도 선거지원 의도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이러면서 공천 혁명을 말하는 건 염치 없는 일이다.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약속을 저버린다면 공당의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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