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이 1,426만1,582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불러모으며 시작된 2015년 대중문화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이 국민드라마로 등극하며 마무리되고 있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1,049만4,499명)과 ‘암살’(1,270만4,901명)), ‘베테랑’(1,341만2,374명)이 ‘국제시장’의 뒤를 이어 1,000만 고지를 점령했으나 다양성영화 시장은 몰락했다. 방송가의 대세는 요리를 앞세운 예능프로그램이었다. 아이돌이 여전히 장악한 가요시장에선 음원 값 논란이 뜨거웠다. 한국일보 엔터테인먼트팀 기자들이 방담으로 올해 대중문화를 돌아봤다.
상업영화 날갯짓, 다양성영화는 추락
라제기 기자(라)= “개봉연도 기준으로 1,000만 영화가 세 편 나왔다. 극장가가 활황처럼 보이나 다양성영화는 몰락했다. 지난해 ‘비긴 어게인’(342만9,144명)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480만1,811명)가 크게 흥행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위플래쉬’(158만8,981명)만 대박났다. 20만, 30만명을 모은 영화조차 드물었다. 다양성영화 수입사가 다 망할 지경이란 말까지 나온다.”
강은영 기자(강)= “대신 재개봉 영화들이 많았고 ‘이터널 선샤인’은 예전 개봉 흥행성적의 두 배에 해당하는 관객을 모았다. 다양성영화 자리를 재개봉 영화가 채우는 모양새였다. 다양성영화가 된다 싶으니 수입물량이 늘어 경쟁이 치열해졌다. 인지도 높은 재개봉 영화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라= “올해 흥행한 영화 ‘암살’과 ‘베테랑’, ‘내부자들’은 부도덕한 인물들에 대한 응징이 담겨있다. 대중들의 사회지도층에 대한 불만,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울분 등이 흥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강= “주요 수상 예정자들이 불참해서 망신을 당한 대종상영화제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다. 과연 내년에는 제대로 시상식을 치를지 우려된다. 행사 주인공들이라 할 수 있는 수상자들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영화 시상식을 누가 보려 하겠는가.”
라= “대종상은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대종상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문제다. 영화인들이 뜻을 모아 조직을 정비하지 않는 한 대종상의 권위를 세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쿡방 대세 속 방송시장 재편
강= “방송에서는 ‘쿡방’이 대세였다. 그 중심에 백종원이 있다. 올해 초반 열기에 비하면 기세가 많이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양승준 기자(양)=“백종원은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중들과 직접 대면하는 형식의 포맷이 백종원과 시너지를 발휘한다. 즉흥적이면서도 자유롭게 소통하는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의 소시민적 매력이 빛을 낸다. ‘삼대천왕’에도 백종원이 나오는데 김준현의 먹는 장면만 재미있다.”
라= “올해 확실히 방송시장이 확실히 재편됐다. CJ미디어는 보도채널이 없을 뿐 지상파방송 3사 못지 않은 영향력을 지니게 됐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이란 호칭은 이제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됐다.”
강= “지상파 뉴스가 지난해 세월호 참사 보도 과정에서 신뢰를 잃은 뒤 보도 분야에서도 지상파와 종편의 벽이 무너졌다. 지상파가 보도기능을 확실히 해줘야 하는데 못하고 있어 문제다. 지상파는 태생적으로 공영성을 지니고 있는데 예능과 드라마를 케이블에 내줄 수 밖에 없다면 교양과 다큐멘터리. 시사 분야 강화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조아름 기자(조)= “예전에는 뉴스만큼은 KBS를 봐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JTBC 뉴스를 더 믿는 해가 됐다. 방송3사 아닌 방송5사(KBS, MBC, SBS, JTBC, tvN)라는 표현이 나올 만도 했다”
양= “올해는 tvN의 해이기도 하다. 특히 ‘응팔’은 대단하다. 아마 각종 시청률 기록을 새로 쓸 듯하다. 시대를 담아낸 콘텐츠의 힘, 이야기의 힘이 새삼 무섭다. ”
강= “이번 ‘응팔’까지 성공할지는 의문이 들었는데, 이 정도 성공이면 앞으로 ‘응답하라’시리즈가 10번 정도 나와도 될 정도로 브랜드화에 성공했다.”
양= “드라마의 부진도 눈에 띈 한 해였다. ‘응팔’ 빼고 이렇다 할 대형 히트작이 없었다. ‘그녀는 예뻤다’와 ‘프로듀사’, ‘용팔이’ 등이 있었으나 폭발력이 지난해 인기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나 ‘미생’에 미치지 못했다.”
조= “방송시장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방송사가 이른바 ‘가성비’(비용 대비 효과)를 따질 수밖에 없다. 방송사들이 들인 돈에 비해 시청률이 높은 예능프로그램을 선호하니, 드라마에 자원을 덜 투입하게 된다.”
음원 값 제대로 받기 불지펴
라= “비주류 취급 받던 힙합이 완전히 음악계 주류를 장악했다. 방송의 영향이 크다. 강하고 거친 힙합 가수들이 자극적인 멘트와 센 이미지로 시청률을 끌어올린다. 음악채널 Mnet의 ‘언프리티랩스타’와 ‘쇼미더머니’가 힙합 확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양= “힙합을 마이너라 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몇 년 전과 비교해서 음원차트 1위에 힙합곡이 확연하게 많이 오르고 있다.”
양= “올해 등장한 가요계 인물 중 중식이밴드가 가장 인상 깊었다. 진정한 인디였다. 혁오처럼 조금 있으면 뜰 그런 밴드가 아니였다. ‘슈퍼스타K 7’ 출연자 중에서 이들처럼 생생하고 힘있는 가사로 노래하는 자들이 없었다. ‘아기를 낳고 싶다’ 같은 노래의 경우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했다.”
라= “가수들이 제값을 못 받는 음원시장에 대한 논란이 중식이밴드를 통해 재점화됐다. 음원 수입이 한 달에 40만원이라는 주장이 대중을 놀라게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음원 값 인상이 이뤄졌으나 여전히 큰 차이가 없다는 원성도 들린다. 워낙 적은 돈을 받았으니 인상한다 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조= “아이유가 신곡 ‘제제’에서 소설 ‘나의 아름다운 라임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제제를 성적으로 다뤘다는 논란은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본다. 여전히 문화에 대한 공론장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양= “아이유의 앨범 ‘CHAT-SHIRE’ 전체를 들으면 제제의 이중적인 모습을 전하려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정작 가사가 아니라 뮤직비디오가 문제였다. 아이유가 굳이 젖병을 빨아야 했을까. 심지어 젖병을 던지기도 하는데 이런 은유들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19금’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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