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성 장관이 28일 서울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만나 위안부 문제를 협의한다. 이번 회담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시다 장관에게 서울 방문을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위안부 문제의 최종 담판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4일 총리 관저로 기시다 장관과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국장 등을 불러 “내가 책임 진다”고 단호히 밝혔다는 점에서 모종의 결단을 기대하게 한다.
아베 총리가 세밑에 급작스럽게 외무장관까지 보내 위안부 협의에 나서겠다고 한 배경은 분명치 않다. 그러나 짐작할 만한 정황은 있다. 전 산케이 서울지국장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과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이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는 최근 우리 사법부의 잇단 판결이 앞으로의 한일관계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또 한일수교 50주년인 올해 어떻게든 위안부 문제를 타결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를 무시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양국 정상은 지난달 초 서울에서의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의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에 합의한 바 있다.
지금까지의 11차례 국장급 협의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전격적으로 외무장관을 보내기로 한 것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가 모종의 결단을 내렸을 가능성을 짐작하게 한다. 양국의 협상은 6월 타결 직전까지 갔고, 박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며 협상의 마지막 단계”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일제 강제징용 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놓고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협상은 무산됐다.
기시다 장관이 이번에 얼마나 진전된 안을 들고 올지 속단하기 어렵다. 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여부다. 위안부 문제는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청구권 협정의 대상이 아니었던 만큼 일본의 법적 책임이 남았다는 우리 입장과 달리 일본은 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법적 문제는 해결됐다는 자세다. 다만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인도적ㆍ도의적 책임까지 외면하지 않겠다는 게 고작이다.
따라서 법적 책임 문제를 두고 양국이 모두 만족할 만한 방안을 기시다 장관이 들고 오리란 기대는 섣부르다. 양국이 협상 모델로 삼아온 2012년의 ‘사사에안’에서 일본 정부의 보상 범위를 좀더 넓히는 수준 정도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런 관측이 무성하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여부에는 법 논리는 물론이고 국민감정까지 결부돼 있어 어느 한쪽이 쉽사리 물러나기 어렵다.
양국 관계의 주된 걸림돌을 제거한다는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양국이 이번 회담을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고 접점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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