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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느냐, 남느냐…새정치 수도권 의원들 ‘햄릿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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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느냐, 남느냐…새정치 수도권 의원들 ‘햄릿 심정’

입력
2015.12.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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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계 양복에 넣고 다니지만…”

새정치 뒤끝 부릴까 내심 걱정

친노표 등 돌리면 승리 가물가물

“언제까지 뜸만 들일거냐…”

호남향우회 압력에 새우등 신세

“탈당 도미노 땐 20여명 이를 수도”

안철수 의원에 이어 광주지역 의원들의 탈당 러시로 위기를 맞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문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안철수 의원에 이어 광주지역 의원들의 탈당 러시로 위기를 맞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문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나가야지. 마음 돌아선 지는 오래인데 문제는 아직 총선이 4개월이나 남았다는 거 아냐. 탈당할거라고 언론에다 말해봐. 그럼 당이 가만 있겠어? 대항마 만들어서 밀어내려 할텐데. 여당에 새정치 후보까지 덤비면…아이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수도권 A의원)

“연말 호남향우회 갈 땐 각오를 단단히 하지. 실제로 ‘왜 문재인 밑에 아직 있소’, ‘거그(새정치연합) 더 남아 무슨 부귀영화 보려 그러는가’라며 얼마나 혼을 내시는지. 요샌 충청향우회나 다른 지역 모임가도 비슷한 지적을 많이 하시니 내가 진지하게 (탈당) 고민 안 하게 생겼나.”(서울 지역구 B의원)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선언 이후 수도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다수 의원들은 계파 갈등이 진저리 난다며 탈당 쪽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수도권 선거구도의 특수성 때문에 소신 행보를 이어갈 수 없다고 털어놨다.

탈당 생각은 굴뚝같지만 표계산은 복잡

새정치연합을 탈당하려는 수도권 의원은 최대 15명까지 추산되고 있다. 당 내부에선 정서적 마지노선인 10명 이상의 수도권 의원 탈당이 현실화된다면, 그 수치는 20명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호남지역에서 안철수 신당행이 러시를 이루는 것과 달리 수도권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아직 없다. 안철수 신당의 컨벤션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지만, 실제로 총선에서 신당 후보로 나올 경우 새정치연합의 조직적 반발이 여당 후보보다 자신들을 향할 공산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한 의원은 “수도권 내 친노 성향의 젊은층 표가 10% 안팎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한자리 수 내에서 당락이 오가는 수도권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의 ‘뒤끝’과 젊은 친노표까지 등진다면 이기는 싸움은 사실상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속내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급변하는 야권 판도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비주류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주초 비공개 회동에서 수도권 C, D의원이 안 의원 측 인사들과 만나 굳게 탈당 약속을 하고 (신당에서) 자신의 롤을 어디까지 줄 것인지 물어보기도 했다”며 “그들 사이에서 ‘기습적으로 탈당하는 수밖에 더 있겠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C, D 의원은 문 대표 사퇴를 강하게 주장하는 정치인인데 양복 품에 탈당계를 넣고 계속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며 덧붙였다.

호남향우회 압력에 눈치만 보는 배지들

상대적으로 호남 출신 유권자가 많은 수도권 의원들은 호남향우회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다. 탈당 시기가 더 늦어지면, 호남향우회를 중심으로 한 야권 성향의 표가 기권 혹은 무관심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야당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구의 중진 의원은 “주말 산행을 떠나는 지역 산악회 버스에 인사를 갔는데, ‘계속 뜸만 들일거냐’, ‘내년 총선엔 투표 안하고 말랍니다’라고 먼저 말하니 정말 결정을 해야 하나 싶다”며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당장이라도 탈당을 선언해야 하지만 전체 판도와 수도권 선거구도를 무시할 수도 없다”며 답답해 했다.

일각에선 이르면 내주 초부터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의 연쇄 탈당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호남 맹주인 박지원 의원에 이어 수도권 계파보스인 김한길 의원마저 탈당을 결행하면 고민하는 비주류 의원들의 행보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무성하다. 하지만 각 계파수장들이 여전히 문재인 대표와 신경전에만 몰두하면서 수도권 비주류 의원에겐 고민의 시간만 길어지고 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새정치민주연합 내 수도권 의원들의 집단 탈당에 키를 쥐고 있는 김한길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해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새정치민주연합 내 수도권 의원들의 집단 탈당에 키를 쥐고 있는 김한길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해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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