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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ㆍ한치 철이 달라졌다

입력
2015.12.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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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제철인 방어.
겨울이 제철인 방어.

수온변화로 바다 생선 철이 달라져

그동안 정리한 제주 식재료 엑셀시트를 바꿔야

요즘에는 천혜의 관광지 또는 새로운 삶의 정착지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제주도는 예전엔 육지와 떨어진 척박한 화산섬으로 홀대 받았다. 생존을 위해 돌투성이 땅을 갈고 거친 파도와 맞서며 고단한 삶을 이겨내야 하는 소외된 섬이었다.

제주도내에서도 개발이 가장 더딘 지역으로 서귀포 모슬포를 꼽을 수 있다. 토박이들 사이에서는 ‘못살포’로 불릴 정도로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어촌이다. 이 모슬포가 매년 가장 바빠지기 시작하는 때는 11월. 방어철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바람의 섬 제주에서도 가장 바람과 물살이 거친 동네였기에 오랫동안 청정 해안으로 보존이 잘 이뤄진 마을인데 해양 온난화라는 환경의 변화에는 견뎌내기가 힘든 모양이다. 수온이 계속 올라가며 이번 철에는 한 두달 후에나 제법 규모가 되는 방어 떼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방어가 최근 강원도 등 동해안에 출몰한다고 하는데 이 또한 수온 변화와 관계 있을 것이다.

거친 파도를 이겨내며 야무지게 단단해진 겨울의 대표 생선인 방어는 저렴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있어 서민들에게 인기였는데 지금 제주에서는 참돔보다도 높은 웃돈을 줘야 사먹을 수 있다.

흔히 회나 구이, 머리 조림으로 많이 조리되는데 제주 황칠나무를 우려낸 육수에 ‘샤부샤부’처럼 데쳐 먹어도 좋다. 은은한 향이 일품이다.

모슬포의 방어가 겨울을 대표한다면 여름은 성산의 한치일 것이다. 오징어보다 식감이 부드럽고 담백한 성산의 한치는 여름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먹거리로 유명세를 탔었다. 하지만 7~8월이 제철이던 한치도 방어와 마찬가지로 두어 달 미뤄져 9~10월의 어획량이 가장 많아졌다.

제주에 내려온 지 이제 5년이 지났다. 요리를 하기 위해 만든 제주 식재료 캘린더의 엑셀 시트를 이젠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기온 변화 때문이다. 엑셀 시트에서 한 칸씩 밀려나는 식재료들에 아쉬움이 남지만 줄삼치나 가다랑어, 그루퍼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생선들의 등장을 보며 한편으로는 위안을 삼는다.

제주 은갈치도 어획량이 줄어 작년 여름에 비해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내년 여름에는 은갈치 대신 민어로 메뉴를 바꿔볼까 고민 중이다.

이재천 해비치호텔앤리조트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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