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명예공천’ ‘필승공천’ ‘저격공천’ 등의 네이밍을 통해 전략공천의 부정적 이미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전략공천은 없다”고 선을 그은 마당에 거물 정치인을 전략지역에 단수로 추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27일 ‘특정 후보자의 경쟁력이 월등하면 단수후보자를 선정(단수추천)할 수 있다’는 당규를 거론하면서 “이 경우에도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후보를 그냥 떨어뜨린다면 불복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여론조사 등의 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여론조사도 일종의 경선이므로 (단수추천은)전략공천이 아니다”며 오해의 소지를 없앤다는 차원에서 전략공천 대신 ‘명예공천’이라는 표현을 입에 올렸다. ‘낙하산공천’이 아닌 명예롭게 받은 공천이라는 의미다.
당 안팎에서는 ‘필승공천’(총선 필승카드로 공천했다는 의미)이나 ‘저격수공천’(상대당 유력 후보를 저격하기 위한 공천) 등의 아이디어도 거론되고 있다. 전략공천을 대체할 표현은 모두 단수추천이 전략공천과 유사품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김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한 국민공천제 사수 의지를 강조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실제 “험지출마론을 주장하려면 전략공천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친박계의 공세를 차단하고 김 대표의‘NO 전략공천’ 원칙을 지켜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험지출마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단수추천=전략공천’의 공식이 확산되고 김 대표의 무전략공천 방침이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국민공천제를 어떻게든 실천해야 하는 김 대표로서도 위기 극복의 승부수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의 작명정치 승부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전당대회 때부터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실현을 강조해온 김 대표는 지난 8월 ‘100% 오픈프라이머리 실현’이 어렵게 되자 돌연“오픈프라이머리를 국민공천제로 부르겠다”며 위기를 넘긴 바 있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김 대표의 작명정치를 “명예공천, 필승공천 등의 표현으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상향식 공천 의지를 재확인하고 험지출마자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다목적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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