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언론 플레이, 위안부 피해 당사자 반발, 청와대 눈치 보기.’
24일 일본의 일방적인 한일 외교장관 회담 발표로 촉발된 위안부 협상 국면에서 외교부가 삼중고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3년여 동안 한일 간 최대 난제였던 위안부 문제 해법을 찾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안팎으로 치이는 상황이 외교부 당국자들에겐 더 큰 어려움이다.
외교부는 크리스마스 연휴 사흘 내내 비상 상황이었다. 특히 26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방침 등의 보도가 나오자 발칵 뒤집혔다. 25일까지 이틀간 침묵하던 외교부는 결국 이날 오후 조준혁 대변인 실명으로 “일본 측으로부터 계속 터무니 없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외교부로서는 이례적인 대응이었다.
하지만 외교부로서 더 큰 고민은 대통령 지침이다. 박 대통령은 11월 2일 첫 한일정상회담 전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고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조속히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위안부 협의에서 피해 당사자 입장과 여론을 모두 중시하겠다는 명분론이었다. 그러나 외교 협상에서 ‘100 대 0’ 승리는 불가능한 만큼 한일 양측의 절충 지점을 두고 외교부의 고심만 깊어지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관련 단체들이 강력 반발하는 상황도 관건이다. 한일 협의가 급물살을 타기 전 여론 조성 및 무마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하다 일본의 언론 플레이에 당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외교부는 소녀상 이전 보도에 대해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이므로,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히는 선에서 뒷북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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