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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문대성 안철수의 쓸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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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문대성 안철수의 쓸쓸함

입력
2015.12.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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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문대성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문대성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대성(새누리당ㆍ부산 사하갑)의원이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을 후광으로, 아시아 제1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국회의원까지 거칠게 없어 보이던 문 의원은 박사학위 논문표절로 한 순간에 추락했다. 복사기 신도리코를 본떠‘문도리코’라는 별명까지 붙게 된 그의 몰락은 페어플레이를 신조로 삼는 수많은 체육인들의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의 4년간 의정활동을 되돌아 봐도 특별히 기억되는 건 없다. 표절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인지 문 의원의 발언과 콘텐트에 주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역설적으로 지난 22일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이 문 의원이 던진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문 의원은 “저는 직업정치인도 정치꾼도 아닌 체육인”이라며 “체육인으로서 지키고 싶은 삶의 원칙과 가치가 있기 때문에 불출마를 선언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실 정치는 거짓과 비겁함, 개인의 영달만이 난무하는 곳이었다”며 “저 또한 변화시키지 못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자책했다.

기자 개인적으로 문 의원에게서 가장 감동 받은 대목이었음을 고백한다. “스포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고 선언한 문 의원은 내년 8월 리우 올림픽 때까지 IOC위원으로서 스포츠외교관 역할이 남아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7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당 창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7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당 창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이쯤에서 문 의원의 행보와 오버랩되는 인물이 있다. 안철수(무소속ㆍ서울 노원병) 의원이다. 얼핏 스포츠인과 의학박사 출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자 안 의원의 공통점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전국구 스타의 명성에 힘입어 순탄하게 정계에 입문했다는 점, 그리고 기성 정치인들과 차별화 되는 신선미를 유권자들에게 선물했다는 점에서 같은 배를 타고 있었다. 안 의원은 2013년 노원병 재ㆍ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른바 삼성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의원직을 잃자, 용산구 소재 한 주상복합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던 안 의원이 노원병 지역구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후 스텝도 엇비슷했다. 문 의원은 당초 새누리당 공천을 받고 국회문턱을 넘었으나 논문표절논란으로 여론이 등을 돌리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19대 의원직을 수행하다가 지난해 2월 새누리당으로 복당했다. 복당 과정에서 문 의원은 안 의원을 ‘지렛대’로 삼는 노련함도 보였다. 당시 문 의원이 ‘(복당 시켜주지 않으면) 안철수 의원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새누리당 수뇌부에 전했기 때문에 복당이 허용됐다라는 이야기가 한동안 여의도에 회자되기도 했다.

반면 안 의원은 무소속으로 국회에 등원, 이후 김한길의 새정치민주연합과 합당했으나, 지난 13일 탈당을 선언한 뒤, 신당 창당의 길을 걷고 있다.

한 사람은 잔뼈가 굵은 체육계로 돌아와 헌신하겠다고 다짐한 반면, 다른 한 사람은 내년 4월 총선을 지나 2017년 12월 대선을 바라보고 승부수를 띄운 형국이다. 누구의 선택이 옳았는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이들 두 선량이 보여준 내용은 실망스럽다. 문 의원이 표절의 아이콘으로 낙인이 찍혔다면 안 의원 역시 총선을 불과 100여일 앞둔 시점에 야권분열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배신의 아이콘으로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 정치인들의 행보야 그들의 몫이겠지만 손바닥 뒤집듯 얼굴색을 바꾸는 형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만일 국가대표팀에 문대성ㆍ안철수 같은 ‘선수’가 있다면 팀 플레이가 제대로 발휘될 수있을까. 부당한 방법으로 경력을 포장해 팬들의 눈을 흐리게 하고, 자신의 요구가 완전무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팀을 이탈해, 또 다른 대표팀을 만들려고 한다면 과연 박수치는 관중들이 몇이나 될까. 스포츠든 정치든 규칙에 대한 승복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경기에 앞서 기본 룰에 대한 존중이 먼저다. 그게 우리가 피땀 흘려 쌓아 올린 민주주의란 거탑의 초석이다.

최형철 스포츠부장 hc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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