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리출산 금지와 처벌을 검토하다 결국 이를 백지화했다.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 사실상 대리모를 허용한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한 자녀 정책을 피하려는 부유층들의 불법 대리모 계약이 만연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돼왔다.
28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전날 모든 부부의 두 자녀 출산을 허용하는 ‘인구가족계획법 수정안’을 심의 통과시켰다. 수정안은 내달 1일부터 발효된다. 이에 따라 35년 간 이어져 온 한 자녀 정책은 공식 폐기됐다.
그러나 이날 중국 네티즌들은 한 자녀 정책 폐지보다 인구가족계획법 수정안 심의 과정에서 대리출산 전면 금지 조항이 삭제된 사실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당초 수정안 초안엔 ‘정자, 난자, 수정란과 배아 등을 매매하는 것을 모두 금지하며 어떠한 형태의 대리 출산을 진행하는 것도 금한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었다. 또 이에 대한 처벌 조항도 담겨 있었다.
최근 중국에선 불법 대리출산과 대리모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대리출산 중개업체 연락처나 대리모를 구한다는 광고, 비용, 대가 등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한 업체는 ‘지난 12년간 35만건의 대리 출산을 성사시켰다’고 광고하고 있다. 중국 관영 CCTV도 지난 1월 대리출산 중개업자들이 20세 안팎의 여성에게 접근, 불법 난자 매매를 알선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18세의 한 여고생이 카드 값을 갚기 위해 난자를 판 경우도 소개됐다. 일부 업체들은 ‘아들을 임신하면 100만위안(약 1억8,000만원)을 주겠다’는 광고까지 걸고 농촌 여성들을 대리모로 모집했다. 한 여성은 ‘임신할 때까지 동거할 수 있다’며 30만위안(약 5,400만원)을 요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장판(江帆) 전인대 농업농촌위원회 부주임은 회의에서 “대리출산 금지 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리모가 합법화된 미국 캘리포니아까지 가서 원정 대리모 출산을 하는 부유층 중국인들이 늘자 미국에서도 사회문제가 됐을 정도다.
이렇게 논란이 돼 온 대리모 금지 조항이 격론 끝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번 수정안이 ‘인구의 균형적 발전을 추진하고 인구 발전 전략을 보완하기 위해 전면적인 두 자녀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인구 노령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게 반대파의 논리였다. 인구를 늘려야 할 판에 대리출산 등을 금지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회의에선 가임 기간이 지난 노부부도 두 자녀 정책의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불임 부부에겐 사실 유일한 대안이 대리출산이란 점도 고려됐다.
물론 초안에 있었던 대리출산 금지 조항이 삭제됐다 해서 중국이 대리출산을 전면 허용하기로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불법 대리출산이 성행하는 상황에서 이를 금지시키려 한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것은 결국 대리출산 허용으로 이해될 소지가 크다. 특히 두 자녀 정책까지 실시될 경우 불법 대리출산은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샤오줘잉’이란 네티즌은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에 “국가의 입장은 ‘국민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든 노동력만 낳아 주면 된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건하오쓰덩위얼’은 “중국에서 대리출산이 합법화한다면 다른 나라에 비해 그 비용이 상당히 낮을 것”이라며 또 다른 국제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다. 대리출산 합법화 논란도 불붙었다. ‘가오푸창’은 “신체는 금전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 ‘윌시’는 “불임 부부에겐 좋은 소식”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결국 돈 많고 힘 있는 이들만 혜택을 볼 것 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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