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로 한일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인 만큼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 외교가에서는 벌써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일본을 방문하거나 제3국에서 열리는 다자회의를 활용해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남은 외교적 난제들의 담판을 짓고 한일관계 정상화를 공식화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29일 “정상회담을 입에 올릴 상황이 전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위안부 협상 결과에 대한 따가운 여론을 돌려 세우는 것이 먼저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다양한 노력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달래고 협상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는 게 먼저”라며 “자칫 ‘할머니들의 눈물을 외면하고 일본에 매달렸다’ 같은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정상회담을 원론적 수준에서 검토한다’는 얘기도 할 수 없는 민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합의 이행 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단계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일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비치는 것도 부담이다. 아베 정부가 일본 정치상황에 따라 과거사 도발에 다시 나설 수 있다는 것도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28일 협상 타결 이후 아베 총리와의 전화통화나 대국민 메시지 등을 통해 ‘일본의 조속하고 충실한 합의 이행’을 거듭 강조한 것은 일본이 진정성을 입증한 뒤에야 양국 관계를 복원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위안부 협상 타결은 첫 단추를 겨우 낀 것일 뿐, 한일관계 개선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현정부 들어 한일 양자 정상회담은 지난 달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루어진 것이 유일했다. 당시 회담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원포인트 회담 성격이 짙었고, 양국 관계가 극도로 경색돼 있던 터라 격식을 갖춘 정식 양자회담으로 보긴 어려웠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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