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협상 타결로 한일 양국이 군사협력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국방부는 일단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먼저 섣불리 치고 나갔다가는 자칫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는 줄곧 대일 안보정책 기조로 역사와 안보 문제를 분리해 접근하는 투 트랙을 강조해왔다. 위안부 등 역사문제로 한일관계가 껄끄럽지만 대북 방어태세를 명분으로 필요한 안보사안에 대해서는 협력해나간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체결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이나 수시로 펼쳐지는 해상 연합훈련 등이 대표적이다.
국방부는 과거사 문제 해결 없이 일본과의 본격적인 군사협력이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해 투트랙 전략을 유지해 온 측면이 크다. 실제 그 동안 일본과의 군사정보 공유 필요성은 상당했지만 국민적 감정을 고려해 미국을 중간다리로 이용하는 간접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국방부는 일본측 군 고위관계자가 방한할 때도 비공개를 강조하며 손사래를 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따라서 위안부 협상 타결 이후 일본을 상대하는 국방부의 입지는 한층 넓어진 셈이다. 지난해 싱가포르와 서울에서 열린 두 차례 한일 국방장관회담을 통해 이미 물꼬는 튼 상태다. 벌써부터 내년 한민구 장관의 일본 방문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여전히 주저하는 모습이다. 군 관계자는 29일 “(위안부 협상 이후) 평가를 더 해봐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숙려기간이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국방부도 이날 브리핑에서 ‘위안부 협상 타결로 일본과의 안보협력이 가속화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지금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바로 연결시켜 답변하기에 제한된다”며 “한일간 역사문제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정서까지 감안해서 안보문제를 복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외교부가 협상 타결 후 “한일관계의 새 지평이 열렸다”며 자축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국방부가 이처럼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은 협상 타결 이후 오히려 비판여론이 비등해진 상황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에 대한 해묵은 국민감정과 한일 양국이 당면한 안보이슈의 인화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국방부는 2012년 6월 여론을 무시한 채 일본과의 정보보호협정을 밀실에서 추진하다 역풍을 맞고 좌절한 전례가 있다.
이와 달리 일본은 무산된 정보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다시 체결하자며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로켓,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문제 등 일본과 걸려있는 현안이 많다”며 “하지만 일본과의 안보협력은 위안부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한일관계에 맞춰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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