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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관할 종로구청 “정부 요청 땐”…이전ㆍ철거 일단 유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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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관할 종로구청 “정부 요청 땐”…이전ㆍ철거 일단 유보적

입력
2015.12.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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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분노

양국 모두에 과거를 기억할 징표”

정부의 ‘이전 협의’에 성토 빗발

전문가들 “정부, 철거 법적 권한 없고

한일 합의 법적 구속력 못 가져”

28일 한일 외교장관이 합의한 위안부 소녀상(평화의 소녀상) 이전 문제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소녀상 문제는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발뺌 하던 정부가 합의문에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관련단체와 협의하겠다”는 내용을 명시하면서 국민 정서를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의 소녀상은 과거 일본이 자행한 위안부 역사를 후대에 알리고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기 위해 2011년 12월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으로 세워졌다. 이후 민간단체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주도로 국내 20여곳과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에 3개의 소녀상이 차례로 건립됐다.

소녀상은 이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눈물과 분노를 대변하는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피해자 이용수(88) 할머니는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소녀상은 많은 할머니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며 “소녀상이 (일본) 대사관 앞에 있을 때 ‘너희(일본)가 죄가 있으니까 공식적인 사죄를 하고 법적 배상을 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소녀상은 일본의 반인륜 범죄를 세계에 알리는 도우미 역할도 톡톡히 했다. 2013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린데일시에 첫 해외 소녀상이 세워졌을 당시 일본 극우 정치인들이 찾아와 직접 철거를 요구했을 정도로 일본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이다. 수원 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김향미 사무총장은 “소녀상이 할머니들을 상징하는 만큼 철거 결정 역시 이 분들의 뜻에 따라야 한다”며 “정부의 이전 검토 방침에 공식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작가도 “소녀상을 대사관 앞에서 없앨 게 아니라 오히려 일본 정부청사 앞에 더 많이 세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도 이전 반대 기류 일색이다. 운수업을 하는 송재헌(63)씨는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소녀상을 세워놓고 적극 대처를 했기 때문에 일본과 회담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소녀상이 협상의 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거제 옥포고 2학년에 재학중인 김민지(17)양도 “동상을 일본대사관 앞에 두는 것이 양국 시민 모두가 잘못된 과거를 기억할 수 있는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소녀상 이전이나 철거를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교장관 회담결과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가 외교 의무상 협의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설령 정부가 이전을 강행한다 해도 법적 장애물이 적지 않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녀상의 거취는 건립자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종로구청장의 재량에 속한다”며 “지자체의 권한이기 때문에 외교부도 구청에 협조를 구할 수 있을 뿐 강제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물론 논쟁의 불씨는 남아 있다. 현재 일본대사관 앞에 위치한 소녀상은 도로점용허가를 받을 수 있는 시설물에 해당하지 않지만 최초 설치 당시 ‘국가사업과 관계 되는 것은 주무부처와 도로관리청이 협의하여 설치 할 수 있다’는 도로법 제5조에 근거해 여성가족부가 구청에 설치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현행법을 우회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밀어붙이면 구청도 마냥 소녀상 철거를 외면할 수만은 없다는 관측이다. 종로구청은 이날 처음에는 “소녀상은 도시미학적인 조형물로 허가 여부를 떠나 공익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강제로 철거할 수 없다”고 밝혔다가 오후 늦게 “주무관청인 여성가족부로부터 소녀상 철거 등에 따른 요청 공문이 올 경우 검토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으로 바꿨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윤주영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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