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전성기를 누렸다. 개별소비세 인하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판매대수 180만대 돌파가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8.1% 증가한 수치다. 그만큼 굵직한 이슈도 많았다. 한국일보가 현대자동차, 기아차, 쌍용차, 르노삼성차, 한국GM 등 국내 5개 자동차 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자동차업계 결산과 내년 전망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를 대표하는 주요 키워드로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신흥국 자동차 시장 둔화, SUV 강세 등이 뽑혔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태
폭스바겐그룹(폭스바겐, 아우디 등)의 배출가스 조작은 자동차 역사상 유례 없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9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기준치의 최대 40배에 이르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한다는 이유로 폭스바겐그룹 차량 48만2,000여대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리면서 시작된 사건이 전세계로 일파만파 번졌다.
지적이 빗발치자 폭스바겐그룹은 1,100만대에 배출가스 검사를 받을 때만 저감장치를 작동시키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장착했다고 시인했다. 폭스바겐그룹 임원진이 사퇴하고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 찍히게 됐다.
우리나라 환경부도 이런 사실을 확인해 12만5,000여대 리콜, 과징금 141억원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폭스바겐그룹코리아는 미국과 달리 국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보상책을 제시하지 않아 분노를 샀다. 현재 국내 소비자 3,000여명이 폭스바겐을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수입차 사상 첫 20만대 돌파
폭스바겐, 아우디와 함께 잇따른 BMW 차량 화재, 골프채 차량 훼손사건을 야기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시동 꺼짐 등 독일차 4사에 악재가 올해 이어졌다. 그럼에도 이들 회사는 수입차 점유율 60%를 차지하며 절대 강자 자리를 굳혔다. 그 바람에 올해 판매된 수입차들은 사상 첫 20만대를 훌쩍 넘겼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올해 수입차 판매량이 지난해(19만6,359대)보다 20% 가량 증가한 23만5,000대로 추산했다.
특히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10월 판매량이 947대로 줄었다가 다음달 4,517대를 팔아 치우며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폭스바겐그룹 산하 아우디도 같은 달 3,796대를 판매하며 3위를 기록했다. 비결은 모든 차종에 최대 1,700만원에 이르는 대대적 할인이었다.
SUV 약진, 현대차 고급 브랜드 런칭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스타는 단연 SUV였다. SUV는 2012년만 해도 승용차 부문 점유율 21.8%로 소형차(22.3%)에 밀렸지만 지난해 26.7%, 올해 35.3%로 점유율을 계속 늘렸다. 레저문화에 대한 식지 않는 관심과 운전석에 앉았을 때 시야가 트이는 개방감이 인기 비결이었다.
하반기 들어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메이드 인 코리아’의 첫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다.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로 토요타 ‘렉서스’, 닛산 ‘인피니티’, 포드 ‘링컨’ 등 세계적 고급차 브랜드에 도전장을 냈다. 첫 번째 차 ‘EQ900’은 12영업일 만에 사전계약 1만대를 돌파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현대차는 향후 5년간 중형 세단, 대형과 중형 SUV, 스포츠 쿠페 등 최소한 4종의 새 모델을 추가할 방침이다.
내년 키워드는 친환경…신흥국 저성장 지속
내년에도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경제 불안과 환율 혜택을 등에 업은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공세 등으로 국내 업체들의 수출 전선에 난항이 예상된다. 내수시장에서 유럽연합(EU),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유럽차와 미국차의 가격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국내 완성차 업체는 올해보다 늘어난 신차 라인업으로 대항할 태세다. 1월 기아차의 신형 ‘K7’에 이어 3월 르노삼성의 새로운 중형 세단 ‘탈리스만’, 쌍용차의 ‘티볼리 롱바디’ 등 내년 한 해 11대의 신차가 쏟아진다.
친환경차의 격돌도 뜨거울 전망이다. 현대차가 차체와 파워트레인(엔진, 변속기)부터 친환경 전용으로 설계한 ‘아이오닉’을 내년 초 내놓고 하이브리드 절대 강자인 토요타의 ‘프리우스’와 맞선다. 여기에 한국GM의 전기차 ‘볼트’, 기아차의 친환경 SUV ‘니로’, 최근 한국법인을 설립한 테슬라까지 가세하며 국내 친환경차 시장을 달굴 전망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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