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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작가, ‘건물주’ 싸이에 맞서다

입력
2015.12.3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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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작가 김양수는 “‘테이크아웃드로잉’이 부당하게 사라지는 것은 막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작가 김양수는 “‘테이크아웃드로잉’이 부당하게 사라지는 것은 막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서울 한남동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에 웹툰작가 김양수(33ㆍ필명 ‘해츨링’)가 모니터와 태블릿을 설치하고 자리를 잡았다. 예술인들에게 작업공간을 제공하는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은 현재 건물주인 가수 싸이와 임대차 분쟁 중이다. 김양수는 29일부터 매주 화ㆍ수요일에 나와 자신이 작업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김양수가 포털 네이버에서 2013년부터 연재 중인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주인공 조들호 변호사가 법을 잘 모르는 가난하고 힘없는 처지의 의뢰인들을 돕는 내용을 그린 생활법정만화다. 8월부터 이 만화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에피소드에 돌입했는데, 극중 건물주와 분쟁을 겪는 ‘명월관’이라는 삼계탕 전문 식당의 모델이 테이크아웃드로잉이다.

김양수는 30일 임대차 분쟁으로 논란이 많은 공간에 나선 이유를 묻자 “테이크아웃드로잉은 내게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라 말했다. “2년 전 서울로 올라왔을 때 적응이 쉽지 않았는데, 테이크아웃드로잉이 제게 위안이 됐습니다. 제 작업에 영감이 된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런 공간이 없어질 지 모른다는 사실이 애석했어요.” 법정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니 법적인 관점에서는 어떻게 보느냐고 하자 “테이크아웃드로잉을 몰아내기 위해 폭력과 강압을 동원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싸움 걸기보다 대화로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양수는 2월 말까지 서울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매주 화ㆍ수요일 ‘웹툰작가 채집전시’라는 이름으로 만화 작업 현장을 공개한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김양수는 2월 말까지 서울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매주 화ㆍ수요일 ‘웹툰작가 채집전시’라는 이름으로 만화 작업 현장을 공개한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김양수가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그리게 된 것은 ‘전문분야 만화가’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의외로 전문분야를 다루는 만화가 적다”는 그는 “내 만화의 그림이나 이야기 구성이 뛰어나서라기보다 남들이 다루지 않는 소재를 먼저 잡았기 때문에 사랑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화가의 역할을 ‘전문분야와 일반 대중 사이의 거룻배’라고 표현하며 “조들호라는 영웅적인 인물과 극적인 서사가 법을 친숙하게 느끼는 데 도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화 주인공 조들호는 ‘큰산’이라는 거대 법무법인과 대립하며 ‘가진 자’의 논리를 꺾고자 노력하지만 정의롭기만한 인물은 아니다. 의뢰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대 측과 협상도 주저하지 않는다. 만화 법률자문을 담당하는 박진희 변호사가 “변호사는 그저 법을 다루는 자격증을 지닌 사람일 뿐”이라 말한 것이 조들호 캐릭터에 영향을 미쳤다. 조들호가 편향된 역사교과서 채택을 막겠다는 고등학생의 의뢰를 받은 ‘초중등교육법 29조2’에피소드는 허망하게 끝나 외압 논란도 일었다. 김양수는 “외압은 없었다”며 “법으로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그린다”고 설명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현재 3권까지 출간됐고 KBS에서 드라마화를 앞두고 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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