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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과 함께… 수요일의 외침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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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과 함께… 수요일의 외침은 멈추지 않는다"

입력
2015.12.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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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위 평소 2배 1000여명 몰려

"너무 억울하고 또 서러웠다"

할머니들의 눈물·절규에 공분

정대협, 평화비 세계 각지로 확산

수요시위도 전국적 확대 계획 밝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1,211차 수요시위’에 고교생, 평화나비 네트워크 소속 대학생 등이 참가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사진을 손에 들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합의를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1,211차 수요시위’에 고교생, 평화나비 네트워크 소속 대학생 등이 참가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사진을 손에 들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합의를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우리 정부는 왜 일본과 짝짜꿍해서 거짓으로 우리를 두 번, 세 번 죽이려 합니까. 우리는 조선의 딸로 곱게 자란 죄밖에 없습니다.”

격앙된 어조로 말을 이어가던 이용수(87) 할머니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너무 억울하고 또 서러웠다는 할머니의 절규에 곁에 있던 수많은 이들도 울음을 터뜨렸다. 30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린 제1,211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수요시위’는 조금 더 특별했다. 올해 마지막 개최된 집회의 의미에 더해 이틀 전 “더 이상의 위안부 문제 해결은 없다”고 공언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성토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분노가 오랫동안 거리를 휘감았다.

영하에 가까운 쌀쌀한 날씨에도 평소 400여명이 동참했던 집회에는 1,000여명이 몰려 들었다. 보통 40분~1시간 정도 진행되는 집회 식순도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과 촛불문화제까지 더해져 장장 7시간 넘게 이어졌다.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수요시위에 발을 끊었던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7) 할머니도 거리로 나와 2시간 동안 꼿꼿이 자리를 지켰다.

이날 집회는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뜻대로 일본의 국가적인 공식 사죄와 완전한 법적 배상이 이뤄질 때까지 ‘수요일의 외침’은 멈추지 않는다는 시민의 의지를 다짐하는 자리였다. 집회에 참가한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측은 “28일 회담은 25년 내내 줄기차게 요구한 7가지 요구안이 해결되지 않은 굴욕적인 담합”이라며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이 회복되는 날까지 힘을 모아 싸우겠다”고 밝혔다. 평화나비 네트워크 전국대표인 김샘(23)씨도 “2년 싸워온 저도 마음 아픈데 70년 넘게 제대로 된 해방을 맞이하지 못한 할머니들은 얼마나 아프고 화가 나겠느냐”며 “어떤 책임을 통감하는지 말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잘못을 없애려는 일본 정부도, 그것을 이끌어 내지 못한 한국 정부도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앳된 얼굴의 고교생, 대학생들도 저마다 ‘법적 책임ㆍ배상ㆍ진상규명 없는 굴욕합의 폐기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할머니들의 아픔을 공유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많은 여러분이 힘을 줘 나는 외롭지 않다. 하늘에 먼저 간 할머니 200명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일본의 배상을 마땅히 받을 것”이라며 성원에 화답했다. 이틀 뒤면 88세가 되는 할머니는 “나는 아직 어리다. 활동하기 좋은 나이”라며 굳은 결의도 내비쳤다.

올 한 해 먼저 세상을 떠난 아홉 분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헌화는 수요시위의 엄숙함을 더했다. 시민들은 할머니들을 대신해 사시사철 자리를 지키는 평화의소녀상 무릎에 장갑과 목도리를 올려 놓고 “소녀상은 영원 불변하게 이 장소에 있을 것”이라며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평화나비 네트워크 소속 대학생 등 30여명은 수요시위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지키며 발언을 이어가다 오후 6시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협상 폐기’를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정대협은 이제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지난 25년 동안 함께 목소리를 냈던 단체들과 연대해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세계 행동을 시작하겠다”며 “전국 27곳, 미국 2곳, 캐나다 토론토 1곳에 세워진 평화비를 세계 각지로 확산하는 운동과 함께 수요시위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윤주영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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