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농촌관광형 창조마을 본격 조성
IT 접목 민박 예약 시스템 만들고
전통문화는 게임처럼 즐길 수 있게
새로운 체험시설 아트바이크
아우토반길·연인의 길 등 테마 다양
마을기업서 운영 주민 소득에도 도움
미 CNN 대표 관광지 16선에 뽑혀
2020년까지 세계유산 등재 추진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맞아 가족과 함께 세시풍속 체험도 하고 고향 정취도 느낄 수 있는 명소가 있다. 600년 역사를 지켜온 전남 순천시 낙안읍성 민속마을을 방문하면 전통문화 체험은 물론 외할머니집에 온 듯한 따뜻한 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관광객을 위해 새로 지어진 다른 지역 민속촌과는 달리 이 마을에는 아직도 20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며 조상들의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이어오고 있다.
성곽 안에 있는 넓은 마당에는 계절과 상관없이 민속놀이가 매일 펼쳐진다. 홀태에서 벼를 수확하는 농촌체험, 맷돌과 떡메 체험을 하고 가훈쓰기, 윷놀이, 제기차기, 팽이치기, 그네타기, 단체 줄넘기, 투호, 굴렁쇠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소원지 쓰는 집에서는 새해 소망과 복을 기원하는 글을 쓰기 위해 관람객들로 북적거린다. 이 집은 조선시대 여러 대에 걸쳐 과거에 급제해 벼슬자리에 많이 오른 자제들을 배출한 상서로운 기운이 깃든 집으로 전해진다.
낙안읍성마을은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조상들의 삶의 모습이 이어져 내려오는 과거의 모습과 현재가 공존한 마을이다. 낙안은 대지와 사람이 두루 평안하다는 낙토민안(樂土民安)에서 유래했다. 수많은 외침을 막아냈으며 600년 역사를 지켜온 민초들의 터전이다. 순천시내에서 서쪽으로 22km쯤 거리의 읍성마을 초가는 초라함마저 들지만 옛 선조들의 내음이 묻어나는 친근한 서민마을이다.
1397년(태조 6년) 이곳 낙안 출신의 전라도 수군절제사 김빈길 장군이 왜구의 잦은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성곽이 토대가 됐다. 처음에는 흙으로 성을 쌓았으나 1450년대 석성(石城)이 됐고, 17세기 초 낙안군수로 부임한 임경업 장군이 개축해 지금의 모습에 이르고 있다. 전북 고창읍성, 충남 해미읍성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읍성으로 꼽힌다.
원형이 잘 보존된 성곽, 관아 건물과 소담스러운 초가, 돌담길에 이르기까지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요즘 현대인의 힐링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으로 알려져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는 문화체험의 장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읍성에는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가옥을 포함해 건물 300여동이 있고 지금도 이곳 초가에는 주민 2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성 안을 둘러보면 전시를 위해 빈 초가집만 들어앉은 민속마을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름을 금세 느낄 수 있다.
성곽과 최창우가옥, 최선준가옥을 비롯해 은행나무, 팽나무, 느티나무와 임경업 장군 비각 등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1983년 국내 최초로 성과 마을이 함께 사적(제302호)으로 지정됐다. 미국 CNN 선정 대표 관광지 16선, 문화재청 선정 가족 여행지 32선에도 선정됐고 연간 130만명이 방문하는 대한민국 대표 역사유적지로 자리매김했다.
대장금, 광해, 허준, 토지, 해신, 불멸의 이순신 등 숱한 드라마와 영화가 낙안읍성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낙안읍성을 세계에 알리고 보전하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힘써온 순천시는 올해를 유네스코 프로젝트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시는 이를 위해 낙안읍성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해 복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2020년까지 세계유산 등재가 가능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전국 읍성 가운데 사적으로 지정된 11곳 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릴 만큼 자신감도 있다. 순천 출신인 박경서 초대 인권대사와 김병현 전 유엔대사가 낙안읍성을 방문, 세계유산등재를 돕기로 약속했다
순천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낙안읍성을 세계적인 역사·문화적 명소로 거듭나기 위해 마을의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시 관계자는 “마을의 전통을 보전하고 읍성 주민들의 정주 환경도 유지하면서 관광객들에게는 만족도를 높이는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거나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업은 농촌관광형 창조마을 조성이다. 창조마을은 낙안읍성의 유·무형 문화를 게임의 형태로 체험하는 런닝맨사업,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초가 민박을 웹으로 통합한 포크 빌리지사업, 전통 방식으로 메주와 된장을 만드는 제조과정을 웹으로 제공하는 전통마을을 만드는 사업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한 사업장으로 선정돼 국비 2억4,000만원을 확보했다. 지난 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문화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6차 산업 육성 기반을 마련했으며 올해는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낙안읍성의 다양한 콘텐츠 개발, 문화재 관리, 통합민박시스템 구축, 전통문화 체험 게임 프로그램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관광객을 위해서는 새로운 체험시설인 아트바이크를 운영하고 있다. 아트바이크는 1인승, 2인승, 가족형 형태의 자전거를 타고 낙안읍성 주변을 여행할 수 있다. 특히 테마가 있는 자전거 투어라는 점이 매력이다. 청소년 이상이 이용하는 성인용은 1km정도 쭉 뻗은 길을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아우토반길, 낙안읍성을 축성한 김빈길 장군의 일대기를 벽화로 만나볼 수 있는 벽화길, 연인과 함께 다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연인의 길, 구수한 시골향기와 낙안읍성 남문 성곽을 조망할 수 있는 시골길과 성곽 등 4개 테마로 구성했다. 4살에서 초등학생까지 이용하는 유아용은 축구공, 농구공 등 다양한 형태의 바퀴를 가진 색다른 자전거가 흥미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사업은 낙안면 주민으로 구성된 마을기업에서 운영해 읍성 주민의 실질적 소득으로 이어지고 있다.
낙안읍성을 축조한 이 고장 출신의 의병장인 김빈길 장군이 태어난 옥산마을에는 살아있는 벽화마을을 조성했다. 마을에 들어서면 장군의 기개와 위엄을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으며 어려서부터 마셨던 장군샘도 만들었다. 옥산마을은 1597년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후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돼 군사, 무기, 군량, 병선을 모아 명량대첩지로 이동한 구국의 길인 조선수군 재건로 가운데 낙안읍성을 경유 보성 조양청을 가는 길에 잠시 들른 곳으로 전해지는 곳이다.
전통공연과 다양한 민속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수문장교대식, 조선시대 전통생활모습 재현, 판소리 배우기, 가야금 연주, 붓글씨 쓰기, 소달구지 체험에 참가할 수 있다. 활쏘기, 형틀체험, 말먹이주기 등 작은 체험장과 신부가 시댁으로 처음 가는 과정을 재현한 전통혼례(우귀행렬)는 외국인과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경기 광명시에서 온 김모(43·여)씨는 “민속마을 주민들이 실제 거주하는 초가집에서 가족과 함께 숙박하며 기억에 남을 만한 하룻밤을 보냈다”며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것 같은 푸근한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과 옛 선조들의 생활 그대로를 엿보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낙안읍성은 사적으로 지정된 지 30년 이상 지났지만 1984년부터 시작된 원형 복원사업이 사실상 성곽과 일부 관아 건물만 이뤄지고 문헌으로 전해지는 서문 누각과 빙허루, 향사당, 육방청 등은 복원되지 못했다. 시는 이들 시설물의 위치와 구조 등을 파악해 원형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조충훈 순천시장은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각종 자료 고증과 문화재 복원을 통해 2020년까지 반드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완성할 계획이다”며 “모든 세대가 만족하는 관광 상품을 개발해 어르신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젊은이에게는 옛 선조의 지혜를 선사할 수 있는 세계적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순천=하태민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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