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무기시장에서 이스라엘과 이탈리아를 제치고 8위의 무기 수출국에 올랐다고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평가했다. 또 최근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이 세계 첨단 무기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높여,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타격이 우려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3일 본보가 입수한 CRS의 ‘2007~2014년 개발도상국 무기 이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0년 이전까지는 10위권 밖이었지만, 2011~2014년 기간에는 54억달러(6조3,000억원)의 무기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영국(94억달러), 스웨덴(64억달러)에 이어 8위에 해당하는 것이며, 전통의 무기 수출 강국인 이스라엘(43억달러)과 이탈리아(48억달러)보다 많은 것이다.
한국의 이 같은 급성장은 마하 1.5속도와 4.5톤 무장능력을 갖춘 FA-50 경공격기를 필리핀에 12대(4억달러) 수출한 것과 함께 말레이시아에 12억달러 규모의 초계함 6척, 폴란드에 K-9 자주포 120문(3억달러) 수출 계약이 동시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CRS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급성장과 함께 중국의 부상도 미국ㆍ러시아ㆍ프랑스가 좌우하던 세계 무기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의 무기 수출은 2007~2010년 96억달러로 미국ㆍ러시아는 물론이고 3위와 4위인 프랑스(180억달러), 영국(121억달러)에 크게 못미쳤다. 그러나 2011년 이후에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2011~2014년 중국의 대 개도국 무기수출은 전기 대비 35%나 증가한 130억달러를 기록, 6위로 내려앉은 영국을 따돌리고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 무기 수출국이 됐다.
중국의 시장 점유율 확대는 부가가치가 낮은 재래식 무기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무인 정찰기(UAV)와 전투함정 등 첨단 무기 비중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군수업체는 중동 국가에 UAV를 공급했으며, 북아프리카 알제리에는 3척의 호위함을 판매했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청두 J-10’의 수출용 버전인 ‘FC-20’, ‘JF-17’의 수출용 버전인 ‘FC-1 샤오롱’ 전투기를 남아프리카,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국가로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세계 무기시장에서 중국의 이 같은 점유율 상승이 궁극적으로 전세계 어느 곳에도 신속하게 군사력을 파견할 수 있는 미국의 군사력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중국이 향후 10년간 미국, 러시아 수준에는 떨어지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성능의 전투기 혹은 미사일 방공망 등 첨단 무기체계를 국제 시장에 계속 내놓을 경우 미국 러시아 무기를 구입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한 개발도상국도 대공 방어능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주요 개도국이 중국의 저가 방공시스템으로 무장할 경우 지금까지 미국 공군력이 공해상에서 누렸던 무제한의 자유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성능은 떨어지더라도 방공망이 있는 만큼 과거처럼 손실 없이 개도국 영공을 통과해 군사작전을 시도할 기회가 제한될 것이라는 얘기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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