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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m 관우 초상 대륙을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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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m 관우 초상 대륙을 사로잡다

입력
2016.0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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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있는 파크뷰 그린 전람관에 전시된 높이 6m, 폭 3.7m의 관우 초상. 강형구는 전시회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중국 베이징에 있는 파크뷰 그린 전람관에 전시된 높이 6m, 폭 3.7m의 관우 초상. 강형구는 전시회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세로 6m, 가로 3.7m, 붉게 칠한 캔버스 위에 검은색 유화물감을 에어브러시로 뿌리자 중국에서 숭앙되는 군신(軍神) 관우의 형상이 떠올랐다. 중국 베이징 중심가에 있는 파크뷰 그린 전람관에서 강형구(62) 작가가 현장에서 직접 스프레이로 그려낸 ‘삼국지’ 맹장의 모습이다. “관운장은 살아서는 충직한 무장의 대명사로, 죽어서는 신으로 여겨진 사람입니다. 어려서부터 꼭 그리고 싶었던 인물이었는데, 중국 개인전을 맞아 지금이야말로 관우를 그려볼 기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인생의 숙제 하나를 푼 것 같습니다.”

유명인의 초상과 자화상을 초대형 캔버스 위에 그려내는 초상화가 강형구가 중국 미술계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지난해 12월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동시에 개막한 두 개인전에 각각 70개, 30개 매체가 몰려 그의 전시를 보도했다. “한국인 작가가 초대형 관우 초상화를 그려냈다”는 점이 화제가 된 것이다.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도 전시장을 촬영한 사진이 속속들이 올라왔다. 첨단 미디어아트가 주류인 중국 미술계에 정통 회화를 그리는 강형구의 작품이 오히려 신선해 보인다는 반응이었다.

상하이당대예술관(MoCA)에서 2월 19일까지 열리는 ‘초상무계(肖像無界)’는 1990년대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53점을 전시한 회고전이다. 베이징에서 2월 26일까지 열리는 ‘영혼(靈魂)’의 전시작품들은 대부분 ‘중국 맞춤’ 최신작이다. 관우의 위엄 있는 표정을 비롯해 베이징 원인의 얼굴,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미소 등을 그림 소재로 삼았다. 두 전시장에서 모두 그는 그림 그리는 현장을 공개했다. 베이징에서는 전시 시작 두 달 전부터였다. 상하이 전시장에서는 소설가 루쉰(魯迅)의 초상을 그리는 중이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조수도 없이 모든 작업을 직접 하는 그는 “느낌으로는 하루에 26시간 정도 그림을 그린 것 같다”고 베이징에서의 힘겨운 작업을 회고했지만 “사람들 눈 앞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것 자체가 작가로서 큰 자랑이자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강형구가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의 초상 앞에서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치인 그림은 국외에서 들여갈 수 없어 현지에서 직접 그렸다”는 그는 “덩샤오핑의 눈빛에 평화를 향한 기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강형구가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의 초상 앞에서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치인 그림은 국외에서 들여갈 수 없어 현지에서 직접 그렸다”는 그는 “덩샤오핑의 눈빛에 평화를 향한 기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최근 귀국한 강형구는 중국시장 도전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미술시장은 작가도 수집가도 많고 활력이 넘친다는 점에 부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언젠가는 거품이 꺼지더라도, 작가로선 도전할 만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강형구는 “지금까지 홍콩이나 싱가포르 미술계에는 나름대로 알려졌지만 중국 본토에는 나를 알릴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전시가 전환점이 될 것 같다”며 “그저 나를 알린다는 자세로 작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강형구는 붓 대신 에어브러시를 이용해 그리기를 고수한다. 붓 자국이 남으면 현실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강형구는 붓 대신 에어브러시를 이용해 그리기를 고수한다. 붓 자국이 남으면 현실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강형구의 작업은 사진으로 착각할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한 가상의 인물화다. 붓 자국조차 남지 않도록 에어브러시로 유화물감을 뿌린 뒤 지우개나 조각칼로 물감을 걷어내 그림을 완성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사진을 그대로 모사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변형한 것이다. 예를 들면 ‘베이징 원인’은 얼굴을 반으로 나눠 서로 다른 색으로 그려 인간의 양면성이라는 본질을 표현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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