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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 요동치자 건설사가 조마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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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 요동치자 건설사가 조마조마

입력
2016.01.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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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건설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사중인 고밀도 폴리에틸렌 플랜트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내 한 건설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사중인 고밀도 폴리에틸렌 플랜트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새해 중동특수를 기대하던 국내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저유가 여파로 건설수주가 급감한 와중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 외교단절을 선언하며 중동지역의 정정불안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조만간 경제 제재가 풀리는 이란에서 신규 수주를 고대하던 국내 건설사들로선 오히려 대형 악재를 만난 셈이다. 올해는 국내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지난해처럼 해외건설 손실을 국내에서 보전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일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업체들이 해외에서 따낸 수주액은 461억4,000만달러로 6년 만에 500억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2014년 해외 수주액이 660억1,000만달러였으니 1년 새 30.1%가 감소한 수치다.

해외 수주 감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인 중동지역이다. 2014년 수주액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던 중동 수주액(313억5,000만달러)이 지난해 반토막(165억3,000만달러)이 났다. 중동 수주가 크게 줄어든 것은 저유가의 여파다. 돈줄이 마른 산유국들은 긴축재정에 돌입해 발주를 줄이고 미청구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국내 건설사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작년 3분기 기준으로 현대건설, GS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7개 대형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잔액이 17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저유가 국면이 장기화될 공산이 큰 와중에 사우디와 이란 간 외교 분쟁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건설사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특히 그간 중동부진을 만회할 ‘대박’을 기대했던 이란이 이번 분쟁의 당사국이 된 것은 업계에 큰 부담이다. 미국으로부터 경제 제재에서 조만간 풀릴 이란은 총 1,600억달러 규모의 플랜트ㆍ인프라 공사 발주를 예고한 상태다.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 건설사들은 현지에 인력을 파견하며 수주를 준비해왔다. 이란은 한국 건설사들에게 한때는 6위의 수주 시장이었지만 2011년 미국의 경제 제재가 시작된 후 수주액이 급감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테헤란 지사 설립 인허가 절차 작업 중에 있다”며 “정정 불안이 이어지면 지사가 개설된다고 해서 물량 수주로 이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좌불안석이다. 사우디나 이란에 진출해 있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은 이번 사태로 수주에 영향을 받지 않을지 현지 사업장으로부터 현황보고를 받느라 분주하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사우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공사가 마무리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데다, 신규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터여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작년 12월 이란 테헤란에 지사장 발령을 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는데 시작부터 큰 장애물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경기 호황으로 버텼지만 올해는 국내 시장도 불안정해 사우디 사태 확산으로 해외수주가 급감할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정정 불안이 상시화되고 있는 중동 지역 위주의 수주 전략에서 하루 빨리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해외시장 다변화 밖에 당장 이 위기를 해결할 묘수는 없다”며 “해외수주 물량은 2, 3년후 먹거리이기 때문에 실제 수주 급감으로 이어질 경우 건설업계에 미치는 타격이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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