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은 사전 예고나 특별한 징후 없이 기습적으로 단행됐다는 점에서 과거 3차례의 핵실험과 확연하게 다른 패턴을 보였다. 북한은 그간 핵실험 전에 장거리 미사일 등 저강도의 도발을 맛보기로 선보이며 핵실험에 대한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전략을 취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은 이번에도 김정은 생일(1월 8일)을 앞두고 도발을 강행하며 내부 이벤트 축포 성격으로 핵실험을 활용하는 행태를 이어갔다.
맛보기 미사일 도발 건너 뛰고 기습 강행
그 동안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하기 전에 장거리 미사일 등으로 맛보기 도발을 시도하고 점차 강도를 높여가는 단계별 도발 형태를 취해왔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에 앞서서는 7월에 대포동 2호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2009년 5월 2차 핵실험 때도 한달 전에 대포동 2호 계열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바로 직전에도 서해 미사일 발사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형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1~3차 핵실험은 장거리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에 반발하는 모양새였다. 다만 이번에는 지난해 12월21일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수중 사출시험을 한 지 16일만에 핵실험에 나섰다. 개발 중인 SLBM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북한은 또 4차 실험을 앞두고는 장거리 미사일은커녕 핵에 대한 언급 자체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며 기만 전술을 취했다. 물론 북한은 지난해 12월 김정은이 처음으로 수소폭탄을 언급하며 자신들이 수소탄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바 있어 도발 징후가 전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특히 SLBM 사출시험에 이은 핵실험으로 ‘장거리 미사일-핵실험’ 세트가 ‘SLBM-핵실험’세트로 변경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사전에 통보를 하지 않은 점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1차, 2차, 3차 핵실험 당시 길게는 26일, 짧게는 6일 전에 외무성이나 국방위 성명을 통해 “자위적 조치로서 핵실험에 나서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엔 사전 예고는커녕 미국이나 중국 등에도 별도로 통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습 핵실험을 통한 깜짝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대신 북한은 이번엔 상세한 사후 브리핑을 통해 자신들이 4차 핵실험에 나선 이유를 설명하는 태도를 보여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수소폭탄 시험 명령을 하달한 시점까지 구체적인 경위를 장황하게 읊고, 노골적으로 미국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며 이번 핵실험의 목표가 어디 있는지 말로 설명한 것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3대 생일 기념하는 축포 패턴은 여전
김정은 생일 등 기념일에 맞춰 도발에 나서는 행태는 여전히 반복됐다. 북한은 지난 2009년 김일성 생일(4월 15일)을 앞두고 장거리로켓인 광명성 2호를 발사하고 한 달 뒤인 5월에 제2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2012년에는 김정일 사망 1주기를 앞둔 12월에 은하 3호를 쏜 뒤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을 이어갔다. 특히 3차 핵실험의 경우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을 3일 앞둔 시점에 단행됐다. 4차 핵실험도 김정은의 생일(1월 8일)을 코 앞에 두고 전격적으로 실시했다. 핵 실험을 일종의 과업으로 내세워 경축 분위기를 띄우는 한편 3대 세습 체제의 정당성을 다지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미사일이나 핵실험 도발을 3년 꼴로 나서는 이른바 3년 주기설도 다시 한번 입증됐다. 정부 당국자는 “핵 개발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서 3-4년에 한번씩 핵실험을 지속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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