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위력 끌어올린 증폭핵분열탄
북한이 6일 4차 핵실험 직후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정부는 이보다 단계가 낮은 증폭핵분열탄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존 플루토늄이나 고농축우라늄탄에 비하면 핵무기의 위력이 크게 향상된 것이어서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소폭탄은 폭발력 워낙 커 북한 내에서 실험 못해
군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주장대로 4차 핵실험을 수소탄으로 한 것이라면 위력이 원자탄의 100~1,000배에 이를 것”이라며 “이럴 경우 폭발력이 너무 커서 북한 안에서는 실험을 할 수 없다”고 단정했다. 수소폭탄의 막강한 폭발력 때문에 과거 미국은 육지와 멀리 떨어진 태평양에서, 러시아는 광활한 시베리아 벌판에서 실험을 한 전례도 있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밤 국회 정보위 긴급현안보고에 출석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 “수소폭탄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실험은 진도 4.8로 측정돼 2013년 2월 3차 핵실험 당시 진도 4.9와 비슷한 수준이다. 3차 핵실험의 폭발력이 6~7kt(킬로톤ㆍ1kt은 TNT 1,000톤의 폭발력)이었던 점에 비춰 이번의 폭발력은 대략 6kt정도로 추산된다. 2차 대전 때 미국이 일본에 떨어뜨린 원자탄의 폭발력은 10~20kt에 달했다.
수소폭탄을 소형화했다면 폭발력을 낮출 수 있지만, 미국과 러시아만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진 수소폭탄 소형화 기술을 북한이 갖췄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여러모로 수소폭탄 실험으로 보기에 북한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3차 핵실험과 4차 핵실험의 폭발력이 비슷하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북한이 다른 방식으로 핵실험을 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핵폭탄의 소형화와 수소폭탄 제조를 위한 이전단계인 증폭핵분열탄이 유력하다는 게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의 증폭핵분열탄 실험 가능성은 누차 제기돼 왔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직전인 2013년 2월 초 당시 정승조 합참의장이 국회에 출석해 “북한이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처음 밝힌 이래 수년간 거론돼 온 북한의 새로운 핵실험 방식이다. 이상철 국방부 군비통제단장도 지난달 열린 세미나에서 “소형ㆍ경량의 핵무기를 유지하면서도 핵 위력을 2~5배 증가시킬 수 있는 증폭핵무기의 등장은 더욱 위협적”이라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수소폭탄 개발의 길 열어…삼중수소 확보 관건
북한이 수소폭탄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증폭핵분열탄 실험에 성공했다면 핵능력을 크게 끌어올린 데다 수소폭탄 개발의 길도 열어놓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증폭핵분열탄은 수소폭탄과 마찬가지로 기존 재래식 핵폭탄에 삼중수소와 중수소를 넣고 핵융합반응을 일으켜 폭발력을 강화한 폭탄이다. 핵융합반응이 재래식 핵폭탄의 폭발 효율을 끌어 올리는 것인데, 수소폭탄의 경우 폭발력이 수백 배로 커진다. 다만 수소폭탄을 만들려면 자연에서 구하기 어려운 삼중수소가 수십 Kg이 필요한 반면, 증폭핵분열탄의 경우 삼중수소와 중수소가 수g 정도만 있으면 된다. 증폭핵분열탄은 또 재래식 핵폭탄에 비해 크기와 무게가 5분의 1 수준이지만 폭발력은 2~5배여서 핵무기의 소형화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증폭핵분열탄이 수소폭탄 개발의 전 단계라고 평가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이 증폭핵분열탄 제조에 성공했다면 삼중수소도 자체 개발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기술적 어려움이 그다지 없지만 삼중수소는 리튬6에 중성자를 쏘아 생산하는 물질로 리튬6와 삼중수소 모두 국제적인 수출통제 품목이다. 북한은 리튬을 비롯한 희귀광물이 대량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성자를 쏠 수 있는 시설인 영변의 5MW 흑연감속로와 연구용원자로를 갖추고 있다. 최근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는 북한이 삼중수소를 자체적으로 분리 생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삼중수소를 다량 확보하게 되면 수년 내 수소폭탄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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