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시내 중심가 축제
남성 100여명이 여성 성추행, 강도
중동, 북아프리카 출신 조직범죄 추정
●개방적 난민 정책 추진한 메르켈
“사건 은폐, 통제 상실” 비난 직면
독일 쾰른시의 새해 전야 축제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출신 남성 이민자 수백명이 불특정 여성들을 상대로 집단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독일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이에 난민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던 극우파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이민자 통합과 통제에 대한 우려가 증폭됨에 따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관대한 난민 정책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12월 31일 밤 독일 쾰른시 중앙역 광장에서 열린 연말연시 축제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출신으로 보이는 남성 500~1,000여명이 축제를 구경하던 여성 수십명의 신체를 더듬고 이들의 휴대폰과 지갑을 빼앗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까지 강간 신고 1건을 포함해 총 90건의 관련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가해자들이 미리 범행 계획을 세우고 조직적으로 행동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둬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이 모로코와 알제리, 튀니지 등에서 건너온 평균 20대 중반의 젊은이들로 범행 당시 대부분 술에 취해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 중 일부는 수개월전부터 경찰당국의 조사 대상 리스트에 올라 있었으며, 일부는 과거 망명 신청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쾰른 중앙역 광장에서 모인 후 새해 전야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막 기차에서 내린 여성들을 타깃으로 20~30명씩 무리를 지어 움직이며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 언론들은 같은 날 함부르크에서도 규모가 작은 유사 피해 사건이 최소 10건, 슈투트가르트에서도 1건이 신고됐다고 전했다.
볼프강 알베르스 쾰른시 경찰국장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범죄이다”라며 사건 조사를 위한 특별 대응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친 난민 정책을 표방하다 지난해 시장 선거 유세에서 흉기 테러를 당하기도 했던 헨리에테 레커 쾰른 시장은 무법이 판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책마련에 돌입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철저하고 신속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용의자들의 출신 국가나 배경에 관계없이 범행 사실이 드러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유럽의 이웃 국가들에 비해 개방적인 난민 정책으로 여론의 비판을 들어온 메르켈 총리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 초기 경찰과 언론이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며 당국이 반 난민 정서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사건을 은폐했다는 비난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확산되기도 했다.
극우정당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을 위한 시민운동’(PRO NRW)의 수장 크리스토퍼 멩게르센은 “메르켈 정부가 난민들을 향해 베푼 잘못된 관용 때문에 모든 일이 엉망으로 변해버리는 상황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의 유럽전문 영문매체 더 로컬은 집권다수당인 기독민주당(CDU)의 슈테판 빌거 연방의원의 “이대로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라며 난민을 줄이고 국경을 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치 전문 월간지 키케로의 알렉산더 마르귀어 부편집인도 홈페이지에 “정부의 통제 상실은 단지 국경 지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누가 국내로 들어오는지 제어하길 포기한 사람은 더 이상 이러한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메르켈 총리를 겨냥해 비난했다.
젊은 무슬림 남성들이 이번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되자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수준의 자유와 보호를 누리지 못하는 보수적인 무슬림 사회의 젊은이들이 유럽으로 밀물처럼 몰려드는 상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불붙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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