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인수후보 한화테크윈, 오히려 보유지분 기습 매각
산은 매각 의지 불구, 다른 인수후보들도 줄줄이 외면 분위기
산업은행이 추진해 온 국내 최대 방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민영화 작업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유력 인수후보로 꼽혔던 한화테크윈이 오히려 보유지분 기습 매각에 나선데다, 다른 인수후보들도 잇따라 고개를 젓고 있어 당분간 KAI 민영화는 허공을 맴돌 가능성이 커졌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AI의 2대 주주(지분율 10%)였던 한화테크윈은 5일 보유지분 5%(487만3,756주)에 대한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에 나서 종가(7만7,100원) 대비 7% 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4%(390만주)를 매각했다. 이번 매각으로 지분율을 6%로 낮추며 약 2,796억원을 확보한 한화테크윈은 “향후 글로벌 항공방산 업체로 도약할 투자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화테크윈의 기습 지분매각은 시장과 산은, KAI 모두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작년 11월 경영개선 차원에서 “향후 3년 내 비금융자회사 지분을 적극 매각하겠다”고 밝힌 산은은 그간 KAI 지분(26.75%) 매각에 가장 공을 들여왔다. 시장에선 작년 삼성그룹과의 빅딜로 방산 계열사를 인수한 한화가 KAI까지 사들여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번 매각으로 오히려 지분축소 방침을 분명히 한 셈이 됐다. 이미 두산그룹 계열사인 디아이피홀딩스(지분율 5%)도 KAI 지분 매각 방침을 밝힌 상태여서 조만간 쏟아져 나올 매물 부담에 이날 KAI 주가는 전날보다 10.12%나 급락한 6만9,300원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선 산은의 KAI 매각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연될 걸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주요주주인 현대자동차(지분율 10%)도 더 이상 지분확대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과거 인수 의지를 표명했던 현대중공업이나 꾸준히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대한항공 역시 최근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도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대표 방산업체라는 특성상 해외 매각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돌입한 상태여서 당분간 KAI 인수자가 나타나긴 어려울 걸로 본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