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겁없는 ‘30대 악동’들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국제사회의 경고와 압박을 비웃듯 핵실험을 강행한 김정은(33)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화약고나 다름없는 중동지역의 종교 갈등에 불씨를 당긴 무함마드 빈 살만(30) 사우리아라비아 부왕세자가 대표적이다.
김정은은 지난 6일 4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특히 북한은 수소폭탄 실험을 성공시켰다고 주장함으로써 국제사회를 경악케 만들었다.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다”며 온건한 모습을 보인 것이 핵실험 준비를 감추기 위한 이중플레이였다는 점도 드러났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됐다. 지난해 말 이산가족 상봉행사 재개 등으로 온기가 돌기 시작하던 남북관계는 또 다시 얼어붙게 됐고,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돌입할 태세다. 20대 후반에 3대 세습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김정은이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무함마드 부왕세자는 지난 2일(현지시간) 수니파 지도자를 포함해 사형이 선고된 47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함으로써 중동지역에 먹구름을 몰고 왔다. 30살에 불과한 그가 왕위 승계 논란과 저유가에 따른 재정난, 예멘 내전 개입 후폭풍 등 어려운 국내 상황 타개책으로 수니-시아파 갈등을 키웠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독일 연방정보국(BND)은 지난달 초 보고서를 통해 사우디가 ‘충동적인 개입 정책’을 펴고 있다며 그 진원지로 무함마드 부왕세자를 지목한 바 있다. 지난해 왕위 승계 2순위에 오른 그가 다음 왕위를 노리고 입지 강화를 위해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과 무함마드 부왕세자는 공히 30대 초반에 국가 지도자 반열에 올랐지만, 그에 걸맞는 경륜과 식견이 뒷받침되고 있는지는 의문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내부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안정과 평화 기류를 깨뜨리는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김정은에 대해 “자신의 권력을 다지고 권위를 세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무함마드 부왕세자에 대해서도 “경솔하고 충동적인 인물”이라는 서방 외교관들의 평가를 인용했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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