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엄상필)는 8일 수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무소속 박기춘(60ㆍ사진) 의원에게 징역 1년 4개월과 추징금 2억7,8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형량이 확정되면 박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그러나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가 명품시계 수수는 “불법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재판부는 “박 의원의 정치 경력과 지위 등에 비춰볼 때 스스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는다는 명확한 인식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권력과 금권의 결탁을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에 명백히 반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훼손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2011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4년간 분양대행업체 대표 김모씨에게서 현금과 명품시계, 안마의자 등 3억5,8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 기소됐다. 수수한 금품 중에는 시가 3,120만원짜리 해리윈스턴 시계와 3,957만원짜리 브라이틀링 시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그러나 명품시계와 안마의자를 받은 것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직접 사용하라는 취지로 제공돼 실제로 피고인이 사용했고 금전으로 바꿔 사용하거나 이를 계획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측근 정모씨를 시켜 명품시계 등을 김씨에게 돌려주는 등 증거은닉교사 혐의도 받았다. 증거은닉 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별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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