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양궁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단체전 정식 종목 채택 이후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24년 동안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켰다. 개인전에서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장쥐안쥐안(張娟娟ㆍ중국)에게 금메달을 내준 것을 제외하면 1984년 LA 올림픽부터 7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한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세계양궁연맹(WA)은 매 대회 때마다 룰을 바꾸고 있지만 ‘올림픽 메달보다 국가대표 선발이 더 어렵다’는 한국 양궁은 여전히 철옹성이다.
서향순-김수녕(1988 서울 올림픽)-조윤정(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김경욱(1996 애틀랜타 올림픽)-윤미진(2000 시드니 올림픽)-박성현(2004 아테네 올림픽)-기보배(2012 런던 올림픽)로 이어져 온 한국 여자 ‘신궁’의 계보는 2016 리우 올림픽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런던 올림픽 2관왕 기보배(28ㆍ광주광역시청)도 건재하지만 지난해 1년 동안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주인공은 강채영(20ㆍ경희대)이다. 강채영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출전한 성인 국제대회인 세계양궁연맹 상하이 월드컵에서 3관왕(개인전ㆍ혼성전ㆍ단체전)을 차지했다. 9월에는 기보배, 최미선(20ㆍ광주여대)과 팀을 이뤄 리우 ‘프레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도 획득했다. 10월 열린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는 윤옥희(31)와 기보배를 제쳐 양궁계의 차세대 주역임을 입증했다. 강채영은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선배들의 명예를 걸고 금메달과 세계신기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채영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인 열 살 때 양궁부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호기심으로 활을 잡았다. 양궁 전문가들은 “강채영은 슈팅 타이밍이 짧은 데다 과감하게 활을 쏴 좀처럼 흔들리는 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강채영도 “보통 2,3초 만에 활을 쏜다. 실수할 때도 있지만 생각을 많이 안 하는 스타일”이라면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자신의 장점으로 여겼다. 무엇보다 여대생다운 패기가 돋보인다. 그는 “양궁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재미있기만 하다”고 웃었다. 문형철 대표팀 총감독이 꼽은 강채영의 장점 역시 ‘낙천적인 성격과 고도의 집중력’이다. 우려되는 점은 아직 국제 대회를 많이 치러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문 총감독은 “경험 부족은 한국 양궁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서 “다른 나라는 한번 대표 선수가 되면 10년 이상 뛰지만 우리는 선발전을 통과하기가 더 힘들다. 그만큼 선수들의 기량 자체가 뛰어나다는 뜻이어서 경험은 훈련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맹훈련 중인 양궁 대표팀은 20일 브라질 현지로 적응훈련을 떠난다. 문 감독은 “이번에도 역시 단체전 룰이 바뀐 것이 변수지만 세계 최강으로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면서 “당연히 목표는 전 종목 석권”이라고 말했다.
한국 양궁은 올림픽 때마다 2, 3개의 금메달을 획득해 효자종목 역할을 해 왔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남녀 개인전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88 서울 올림픽에서 남녀 단체전까지 금메달이 4개로 늘었다. 88 올림픽을 신호탄으로 올림픽 금메달 28개 중 18개, 64%의 금메달을 독식했다.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세계양궁연맹은 런던올림픽 개인전부터 총점을 따지는 누적제 대신 세트 점수로 승부를 가리는 세트제 방식을 도입했다. 세트제의 경우 세트별 승패에 따라 점수(승리 2점, 무승부 1점, 패배 0점)가 주어진다. 누적제보다 역전 기회를 더 잡을 수 있어 박진감이 넘친다.
하지만 런던올림픽에서 바뀐 방식으로도 한국이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하자 리우 올림픽에선 단체전에도 세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양궁협회는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거쳐 4~5월께 올림픽 대표팀 엔트리(남녀 각 3명)를 확정할 예정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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