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유명한 모바일 업체 카카오가 국내 1위 음원 서비스 멜론을 전격 인수했다. 인수 금액만 1조8,000억원에 이르는 통 큰 투자다. 30대 젊은 최고경영자(CEO)인 임지훈(36) 대표가 이끄는 카카오는 이번 인수로 단숨에 국내 음원 유통의 최강자로 올라서며 기존 모바일 사업에 큰 힘을 보탤 수 있게 됐다.
모바일 플랫폼ㆍ음원 1위 업체의 만남
카카오는 11일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총 76.4%를 최대주주 스타인베스트홀딩스(SIHㆍ61.4%)와 SK플래닛(15%)으로부터 1조8,7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해 SIH와 SK플래닛을 상대로 7,54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3월 14일이다.
카카오 계획대로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SIH와 SK플래닛은 카카오 주식을 각각 8.3%, 2%씩 보유하게 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나머지 인수 대금 약 1조원은 자체 보유한 현금과 금융을 활용하고 필요 시 로엔 지분에 대한 외부 투자 유치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인수한 로엔은 디지털 음원 서비스 멜론을 비롯해 스타를 육성하는 연예 매니지먼트와 음반 제작, 판매까지 담당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업체다. 가수 아이유 피에스타 등을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가수 씨스타 케이윌 등이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배우 김석훈 조한선 등이 소속된 킹콩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2014년 매출 3,151억원, 영업이익 574억원으로 수익률이 20%에 가깝다. 수익의 대부분은 가입자 2,800만명을 갖고 있는 멜론에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 마디로 로엔은 가수 육성부터 음반 제작, 유통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콘텐츠 수직계열화가 가능한 업체”라며 “카카오도 이 같은 강점에 주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플랫폼에 음악을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또 멜론 결제 수단에 카카오페이를 추가하거나 콘텐츠 장터인 카카오페이지에서 음원을 판매하는 식으로 기존 서비스와 결합도 가능하다. 나아가 케이팝을 발판으로 해외 진출까지 바라보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음악 서비스는 이용자를 플랫폼 안에 쉽게 묶어둘 수 있는 콘텐츠여서 모든 모바일 업체가 관심을 갖는다”며 “카카오뮤직으로 쓴 맛을 본 카카오가 이번 인수로 부진을 만회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30대 투자전문가 임지훈의 ‘한 방’
카카오가 로엔 인수에 들인 1조8,000억원은 2014년 한화가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등 삼성의 화학 방위산업 계열사 4곳을 인수할 때 들인 1조9,00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이다. SK텔레콤의 케이블TV 1위 업체 CJ헬로비전 인수금액인 1조원과 비교하면 2배에 가깝다.
그만큼 카카오가 로엔의 가치를 얼마나 높게 평가했는지 알 수 있다. 이번 인수는 카카오의 역대 M&A 중에서도 최대 규모로, 이전까지는 내비게이션 서비스 김기사를 운영하는 ‘록앤올’ 의 인수 대금 약 626억원이 가장 높은 금액이었다.
카카오의 이번 인수로 로엔의 기존 최대주주인 SIH는 약 1조2,000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외국계 사모펀드 SIH는 2013년 SK플래닛으로부터 로엔 지분 52.56%를 2,659억원에 인수했고 장외시장에서 313억원의 주식을 추가 매입했다. 결과적으로 약 3,000억원을 투자해 1조5,000억원에 되판 셈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비싸게 산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로엔의 지분 가치(10일 종가 7만8,600원), 탄탄한 재무 구조에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점을 반영해 인수 대금을 산정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과감한 투자 결정에 젊은 투자전문가인 임 대표의 결단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신임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수석심사역을 거친 임 대표는 지난해 9월 카카오 대표 취임 전까지 카카오의 벤처 투자 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지내며 3년간 50여 개의 유망 신생업체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그는 카카오 대표가 된 뒤에도 카카오페이지 공동 운영업체인 포도트리를 인수하고 게임개발업체 엔진과 다음게임을 합병하는 등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한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로엔 인수도 이런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 IT업계의 분석이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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