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 국정연설은 철저히 국내용이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위상과 지난 7년간 치적을 과시하면서 미래를 화두로 제시했다. 또 연말 대선을 겨냥해 정치개혁을 강조하면서 짐짓 민주당을 편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12일 연설은 미국 띄우기로 시작했다. 그는 미 의회 상ㆍ하원 합동연설에서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제조업에서 지난 6년간 9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실업률도 5%대로 감소했다”라며 “미국 경제가 침체라는 이야기는 소설을 쓰는 것이며 허풍”이라고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미국의 수퍼파워를 강조했다. 그는 군사비 지출 등 미국 국력의 우위를 강조하면서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미국의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세계 경찰을 자처하지 않으면서도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미국을 만들고, 최악이 아닌 최상의 가치를 반영하는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미래를 화두로 제시하며 집권 2기 임기 마지막 해의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미래에 초점을 맞추겠다. 차기 5년, 10년 그 이후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며 공정경제와 인간위주 기술, 미국 안전, 최악이 아닌 최상을 위한 정치 등 4대 과제를 제시했다.
국내 정책과 관련해서는 올해 대선에서 민주당으로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발언을 내놓았다. 특히 공화당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후변화 대책, 대선 투표율 제고, 금권 선거개혁 등에 대해 미국인들의 변화 노력을 촉구했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더러운 에너지를 폐기하는 노력에 속도를 내자”고 말했고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가 중요하지 않다고 느낄 때 민주주의는 고장 난다. 정치 시스템이 부자와 힘센 자, 일부 좁은 이익을 위해 조작되고 있다”고 정치 혁신을 외쳤다. 이 대목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의 기립 박수와 달리 공화당 의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관타나모 해군기지 수용소 폐쇄를 촉구하면서 인종과 종교에 대한 차별을 비판한 것도 공화당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만 정치갈등과 당파분열을 거론하면서 "이것이 내가 대통령 재임 중에 몇 안 되는 후회되는 일 중의 하나다. 정당 간의 적대감과 의심이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돼왔다"고 지적하면서 남은 기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외교 분야에서는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이슬람국가(IS) 퇴치 방안과 재임 중 업적으로 꼽히는 이란 핵협상 타결, 쿠바와의 수교, 서아프리카 에볼라 문제 해결 등만 부각했다. IS와의 전선에서 미국과 동맹국이 실지(失地)를 계속 회복 중이라고 자랑했고 쿠바에 대해서는 “50년간 대 쿠바 고립 정책은 중남미에서 미국을 후퇴시켰다”며 “그래서 외교 관계를 회복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견제도 잊지 않았다. 그는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하는 슈퍼파워 때문에 우리가 위협받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무역 규칙을 정하는 나라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중국에 우리의 힘을 보여주기를 원한다면 (의회가) 이 협정을 승인해 달라"는 등의 말로 중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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