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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새 주류로 선 제3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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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새 주류로 선 제3세력

입력
2016.01.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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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경원대 출신이다. 왼쪽부터 이환권, 김기라, 조습, 전시총감독을 맡은 윤범모 가천대 교수, 참여작가 윤상렬, 홍경택. 제3지대 기획위원회 제공
‘제3지대’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경원대 출신이다. 왼쪽부터 이환권, 김기라, 조습, 전시총감독을 맡은 윤범모 가천대 교수, 참여작가 윤상렬, 홍경택. 제3지대 기획위원회 제공

서울대와 홍익대라는 양대 학맥이 미술계를 주도한다는 일반적인 시선은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는 이미 통하지 않는 편견이 된 지 오래다. 서울과학기술대, 한성대, 한예종 등이 배출한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원에는 1990년대부터 양대 학맥의 외곽에서 다양한 미술 분야를 개척한 경원대가 있다.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14일 개막하는 ‘제3지대’전에 참여한 11명의 작가들은 모두 경원대 출신이고, 이들은 이미 한국 미술계의 대표선수다.

참여 작가들은 매체도 주제도 제각각이다. 미학적 탐구에 철저히 집중하는 작가가 있는 반면 정치적 메시지가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도 있다. 평면 추상회화를 추구하는 윤상열, 역사적 사건을 해학적으로 연출해 촬영하는 사진작가 조습, 디오라마로 유명한 설치미술작가 진기종, 시인ㆍ힙합 음악가와 협업한 영상작가 김기라 등 참가자의 면면만 봐도 이 전시의 성격이 기획전이라기보다는 연합 개인전임을 알 수 있다.

전시 참가자 외에도 경원대 출신으로 미술계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보이는 작가들은 많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위로공단’으로 은사자상을 수상한 영상작가 임흥순, 크고 복잡한 기계장치를 만들어 인간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설치미술작가 양정욱, 거친 필치로 구상회화를 그려낸 배윤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작품 스타일이 다양함에도 작가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경원대의 자유방임형 교육 덕분이었다. 참여작가 김기라는 “경원대에서 공부했을 때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작업을 시도하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교수들이 권위의식을 내세우기보다는 학생을 동등한 작가로 대우했고, 예술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서로의 작품을 치열하게 비평했던 것이 오늘 작가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제3지대’의 전시 기획은 경원대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맡았던 윤범모 교수와 경원대 출신인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위원과 작가들은 “경원대 동문전으로 불리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번 전시가 ‘세 과시’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려 했지만, 경원대 출신 작가들이 2000년대 초 데뷔한 후 15년이 지나 미술계의 주력으로 떠올랐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다. 참여작가 홍경택은 “지금이 제3세력으로서 결과를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이라 생각해 전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기획에 참여한 김준기 미술평론가는 “나는 경원대와 무관하지만 여기 모인 11명의 작가들이 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과정을 지켜봐 왔다”며 “단순한 동문전이 아니라 2000년대 이후 한국미술의 종다양성을 보여주는 전시로 이해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24일까지 열리고, 2월 19일부터 경기도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겨 4월 3일까지 진행된다. (02)736-1020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거대 민들레 씨앗이 전시장에 흩날리고, 어린아이 셋이 민들레 줄기를 타고 씨앗과 함께 하늘을 날아다닌다. 솜을 이용한 설치작품으로 유명한 조각가 노동식의 설치작품 ‘민들레 바람을 타고’는 감성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제3지대 기획위원회 제공
거대 민들레 씨앗이 전시장에 흩날리고, 어린아이 셋이 민들레 줄기를 타고 씨앗과 함께 하늘을 날아다닌다. 솜을 이용한 설치작품으로 유명한 조각가 노동식의 설치작품 ‘민들레 바람을 타고’는 감성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제3지대 기획위원회 제공
화가 김태헌의 ‘공연윤리심의필’은 1990년대까지 대중문화 영역의 사전심의를 담당했던 공연윤리심의위원회의 상징을 경계로 위쪽은 성인영화와 할리우드 영화가, 아래는 한국 현대 정치사의 결정적인 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정치적으로 무해한 작품만이 인정받는 1990년대 정치심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이 작품은 모두가 정치 이야기를 기피하는 ‘무형의 심의’가 존재하는 오늘날에도 유효하게 읽힌다. 제3지대 기획위원회 제공
화가 김태헌의 ‘공연윤리심의필’은 1990년대까지 대중문화 영역의 사전심의를 담당했던 공연윤리심의위원회의 상징을 경계로 위쪽은 성인영화와 할리우드 영화가, 아래는 한국 현대 정치사의 결정적인 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정치적으로 무해한 작품만이 인정받는 1990년대 정치심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이 작품은 모두가 정치 이야기를 기피하는 ‘무형의 심의’가 존재하는 오늘날에도 유효하게 읽힌다. 제3지대 기획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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