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 뉴스입니다. 오늘은 세계가 깜짝 놀랄 과학계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연천 한탄강변 돌 깎기 달인 전곡리씨가 동아시아 최초로 최첨단 주먹도끼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그 동안 무겁고 투박한 돌덩이로 사냥감을 처리하는데 애를 먹어온 주민들은, 앞으로 짐승의 가죽을 벗기거나 뼈를 바를 때 큰 힘을 덜게 됐습니다. 또 고깃덩이를 정교하게 나눌 수 있어 짓이겨져 버려지는 낭비를 막고, 남의 고기가 커 보여 빈번하게 발생하던 이웃간의 다툼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주요 사냥도구로 쓰이던 나무몽둥이도 끝을 뾰족하게 가공할 수 있어 들짐승과 물고기 등 먹거리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에 개발한 주먹도끼는 돌멩이 중에서도 가장 단단하다는 짱돌, 즉 규석으로 만든 것이어서 기술력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지금까지 주먹도끼 원천기술은 프랑스 아슐 지방이 보유하고 있어, 유럽과학계가 은근히 아시아를 얕봐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짱돌생활홍보관(전곡선사박물관) 이한용 관장은 이번 쾌거를 계기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하이테크의 비약적 발전이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주먹도끼 개발을 계기로 인류의 지능 발달 속도가 빨라지고, 인식의 폭이 획기적으로 넓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휴대가 간편해져 일부 계층은 당장 주먹도끼를 장식품으로 이용할 것이고, 모든 도구가 빠르게 소형화 첨단화돼 조만간 돌과 뼈, 나무 등을 정교하게 조각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산업과 예술분야를 포함해 일상생활 전반이 혁명적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최초 인류와 교감하는 전곡리 선사유적지
경기 연천 전곡선사박물관의 해설을 유심히 들어보면 이런 가상 뉴스가 터무니없는 과장은 아니다. 30만년 전 신문이나 방송이 있었다면 이보다 훨씬 흥분하며 보도했을 지도 모르겠다.
고고학적 의미를 무시하고 본다면 사실 그 주먹도끼라는 것이 ‘가장자리가 좀 날카로운 돌멩이’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 박물관에서는 한반도 최초의 인류, 그리고 그 흔적들과 교감하려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각종 석재 도구와 인류의 진화과정, 예술과 결합한 매머드 등 다양한 전시물이 긴 시간의 간극을 메우고 현재와 연결된다. 건물외관은 선사시대를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최신식인데, 당대의 하이테크 전시물을 보유한 박물관에 걸맞게 지었다는 설명을 듣고 나면 그제야 수긍이 간다.
박물관에서 구석기인과의 교감에 성공했다면 뒤편의 전곡리 선사유적지로 이동해보자. 유적지 곳곳에 구석기인들의 생활상과 사냥모습 등을 재현해 놓았다. 당연히 고증을 거쳤겠지만 몇 조각의 단서로 사라져버린 퍼즐을 모두 꿰어 맞추기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 나머지는 무한한 상상력으로 관람객이 채워야 할 몫이다.
이달 24일까지 선사유적지에서는‘구석기 겨울여행’ 축제가 열리고 있다. 입구에 얼음폭포를 시작으로 사진 찍기 좋은 눈 조각공원, 130m 길이의 눈썰매장도 설치했다. 구석기라는 테마에 가장 근접한 체험은 아무래도 ‘구석기 바비큐’, 나무 꼬챙이에 끼운 돼지고기를 구덩이 장작불에 구워 먹는다. 양념이래야 소금밖에 없지만 그래서 더욱 원시의 맛에 가깝다. 한 꼬치에 3,000원으로 저렴해 1인당 판매량을 당일 관람객 수에 따라 제한한다.
인류의 자취보다 선명한 자연 예술품
선사시대 인류의 생활상이 한정된 유물에 의존한 추상의 영역에 머무는 반면, 자연이 빚은 작품은 지금까지도 협곡과 주상절리라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한탄강과 임진강변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시작은 북한 평강군의 오리산 화산분출, 신생대 홍적세(약200만~1만년 전)에 10회 이상의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용암이 지금의 철원 포천 연천을 지나 파주까지 흘러 대규모 현무암질 평원을 형성한다. 그 후 침식을 받은 용암대지가 빚은 풍경이 바로 다각형 모양의 돌기둥, 주상절리(柱狀節理)다. 연천과 포천의 임진강·한탄강 일대는 지난해 말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았다.
연천에서 가장 대표적인 곳은 미산면 동이리 주상절리. 높이 40m의 수직절벽이 1.5㎞ 구간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세로로 조각난 돌기둥이 마치 포크레인으로 일부러 긁어 낸 것처럼 오밀조밀한 선으로 연결돼 있다. 절벽 아래에선 다음달 10일까지 ‘임진강 원시인 송어축제’가 진행 중이다. 송어 얼음낚시터와 먹거리 장터 등이 들어섰는데, 축제를 위해 강바닥을 과도하게 파헤치고 정비한 모습이 다소 거슬린다.
이곳은 임진강 평화누리길 11코스(숭의전~군남홍수조절지) 중간지점이다. 길은 강을 사이에 두고 절벽 맞은 편 제방으로 연결된다. 이곳에서 당포성을 거쳐 숭의전까지는 5.4km, 약 80분 걸린다. 당포성은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작은 성이다. 일부가 남은 성터는 주변을 말끔하게 정비해 바로 앞을 휘어 흐르는 임진강을 한적하게 조망하기에 알맞다. 숭의전은 고려의 종묘에 해당하는 곳으로 태조 왕건을 비롯해 4명의 왕과 16명 충신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이다. 고려왕조의 위세에 비해 소박해 보인다. 사당 앞 500살이 넘은 느티나무 아래로 흐르는 강물이 운치 있다.
연천에서 자랑거리로 내세우는 다른 하나는 재인폭포, 18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에 30m 폭으로 움푹 가라앉은 주변 모습이 웅장함을 더한다. 겨울에는 물웅덩이 주변을 빼곡하게 감싸고 있는 돌기둥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폭포의 전체 모습을 보기에는 상단의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제격이고, 27m 철제 전망계단을 내려가면 폭포 바닥에 닿는다. 사실 주상절리를 제대로 관찰하기엔 이끼와 풀이 없는 지금이 제철인데, 겨울철에는 안전 문제로 계단을 폐쇄해 바닥까지 내려갈 수 없다. 안전장구를 갖추고 동선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천=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여행메모]
●연천에서 겨울철마다 등장하는 명물이 신서면 대광리 ‘역고드름’이다. 버려진 경원선 터널 위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얼음이 되어 아래서부터 자라는 듯 보인다. 신탄리역에서 백마고지역으로 약2.8km 이동한 지점에서 오른편‘역고드름’이정표를 보고 들어가야 찾을 수 있다. ●청산면 한탄강오두막골(031-832-4177)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가물치 구이를 주 메뉴로 내놓는다. 양념에 버무린 가물치 살을 불판에 구워 김과 싸먹는다. ●재인폭포에서 가까운 불탄소가든(031-834-2024)은 쏘가리, 메기, 잡고기 등 민물고기 매운탕으로 이름나 있다. 반찬으로 내는 붕어찜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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