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책임 인정 원하는 피해 할머니들에
“상처 아물면서 뵐 기회 있지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논란에 대해 “지금 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을 받아내 제대로 합의가 되도록 노력한 것은 인정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재협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기존 합의가 최선의 결과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지난 24년 동안 역대 정부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심지어 포기까지 했던 아주 어려운 문제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특히 “지난해만 해도 외교부 차원에서 지방 곳곳을 다니면서 15차례에 걸쳐 관련 단체 및 피해자 할머니들과 만나는 노력을 했다”면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그 분들이 진짜 바라는 것이 뭔가를 들었다”고 정부의 노력을 거듭 강조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요구사항이 ▦일본군의 관여 인정 ▦정부 차원의 공식 사죄 ▦일본 정부 돈으로 피해 보상 등 3가지로 요약돼, 이를 위안부 합의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단체가 그 동안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을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의견 수렴 과정이 왜곡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정작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번 합의에 반발하는 데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을 피했다.
박 대통령은 할머니들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가 아물면서, 마음에 치유가 돼 가는 과정에서 뵐 기회도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장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설득에 나서기 보다는 여론의 반발이 누그러질 때까지 냉각기간을 가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결과를 놓고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야당으로 돌린 뒤 “정작 자신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해서 시도조차 하지 못해놓고 이제 와서 무효화를 주장하고 정치적 공격의 빌미로 삼고 있는 것은 참 안타까운 모습”이라고 공세를 폈다.
위안부 소녀상 이전 논란에 대해서는 “한·일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내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거기 나와 있고 발표한 내용이 전부”라고 일각의 ‘이면합의’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정부가 그 소녀상을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민 설득 과정을 묻는 일본 마이니치 신문 기자의 질문에는 “일본 정부와 일본 언론이 어떻게 하느냐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며 “왜곡된 내용이나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어떤 언행이 자꾸 나오면 국민을 설득하는 게 점점 힘들어지게 된다”고 일본의 신중한 대응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서는 “올해 국제회의가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런 데서 자연스럽게 이루질 수도 있고 기회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이 네 차례나 나오자 박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지기도 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