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선 막바지에 터져 나온 ‘쯔위 사건’의 파장이 만만찮다. 야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의 압승으로 대선이 끝났는데도 대만의 정체성 문제로 확산될 조짐이고, 중국은 그것이 자칫 반중(反中) 정서로 이어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걸 그룹 트와이스의 기획사인 JYP가 쯔위의 행동에 수 차례 공개 사과한 데 대해서도 그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중국의 과잉 반응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중국에서의 K팝 열기를 비롯한 한류 확산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된다.
논란은 지난해 말 인터넷 방송에서 국내 걸 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가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흔드는 장면을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중국 가수가 뒤늦게 중국 인터넷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곧바로 중국 네티즌 사이에 쯔위와 JYP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JYP와 쯔위가 연이어 사과했지만,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대만 독립세력에 대한 대륙 네티즌의 완승”이라고 보도하고 중국 당국도 JYP의 중국 내 활동을 제한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쯔위가 광고 모델로 활동하던 국내 모기업은 급히 모델을 교체하기도 했다.
중국 네티즌의 마녀사냥 식 공세는 그에 대한 대만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어린 소녀에게 일방적으로 정치적 낙인을 찍는 잔인함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이는 대만의 정체성을 따지는 정치문제로 확산됐다. 대선 투표일인 16일 쯔위 사건에 영향을 받은 독립 성향의 대만 젊은이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향해 차이 후보의 득표율을 1~2% 포인트 끌어올렸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번 사건은 양안관계의 민감한 현안인 대만독립 문제가 대선 막바지에 터져나오면서 파장이 커진 측면이 있다. 차이 당선자도 승리 기자회견에서 “누구도 대만 정체성으로 사과할 필요가 없다” “억압은 양안관계의 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강조해 쯔위 사건은 당분간 양안관계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만에서는 페이스북을 통해 쯔위 사건을 폭로한 중국 가수를 규탄하는 시위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인터넷 방송에서 출신국을 알리기 위해 대만 국기를 몇 차례 흔든 행동이 중국과 대만에서 심각한 정치문제로 불거지고 그로 인해 우리 기획사가 공개 사과하는 상황을 보면서 한중 문화교류의 토대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정치적 의도로 아직 천진난만한 소녀의 단순한 행동을 과장하고 왜곡한 중국의 집단의식에 대한 씁쓸함도 지울 길 없다. 그러나 우리 가요계에 던진 교훈도 작지 않다. K팝의 전파에는 수용자의 문화와 집단정서까지 세심히 배려해야 함을 새삼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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