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판도가 요동 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초반 압승이 예상되던 민주당 경선은 혼전 양상에 돌입한 반면, 공화당 진영에서는 막말과 기행으로 자격 논란에 휘말린 도널드 트럼프의 ‘대세론’이 갈수록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초 경선지인 아이오와 코커스(2월1일)를 13일 앞둔 이날 두 군데에서 강력한 지원군을 확보했다. 공화당 극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인 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와 테리 브랜스태드 아이오와 주지사가 직ㆍ간접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페일린 전 지사는 2008년 대선에서 존 매케인 후보 러닝메이트로 지명돼 전국적 인지도를 얻은 정치인이며 브랜스태드(70) 지사는 지난해 말 미국 역대 최장수 주지사 재임 기록(21년)을 갈아치울 정도로 아이오와에서는 영향력이 크다.
페일린 전 지사는 이날 오후 아이오와 주 에임스 아이오와주립대 유세장에서 “트럼프를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페일린 전 지사는 “공화당 지도부가 당을 팔아 먹고 있는 사이에 트럼프는 우리를 대변하고 지도부의 위선을 깨부수고 있다”고 말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트럼프도 곧바로 “페일린 전 지사의 지지 선언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응답했다.
이에 앞서 브랜스태드 지사는 트럼프의 최대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에 대한 비토(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석유 자본의 지지를 받는 크루즈 의원이 아이오와에서 패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재생 에너지 진흥 정책에 부정적인 크루즈 의원이 아이오와에서 승리해서는 안된다”며 “결국 그가 패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은 두 정치인의 행보가 아이오와 주에서 크루즈 의원과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는 트럼프 입지를 크게 강화시켜 줄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오와 주 공화당의 고위 당료 출신인 크레이그 로빈슨은 “궁극적으로 전체 선거 판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일단 아이오와를 놓고만 보면 페일린의 가세는 트럼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일린은 아이오와 지역 보수파 사이에서 지지기반이 두텁다”며 “크루즈 의원 쪽에 키운 기독교 ‘복음주의’ 성향 유권자 일부가 옮겨올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민주당 선두주자 클린턴 전 장관의 입지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아이오와에 이어 두 번째 초반(2월9일) 대결이 벌어지는 뉴햄프셔 주에서 버니 샌더스 의원에게 뒤지는 여론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잠시 수그러들었던 국무장관 재임시절 개인 이메일 사용 파동도 재연될 조짐이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문제를 조사 중인 정보당국 관계자가 통상적 수준의 ‘1급 비밀’ 보다 더 강력한 보안 유지가 필요한 정보를 담은 파일을 과거 개인 메일 목록에서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개인 메일로는 비밀 정보를 취급하지 않았다’는 클린턴 전 장관의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신뢰성’ 문제에 시달려온 그의 대선 행보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클린턴 전 장관은 퍼스트 레이디,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을 지낸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상당수 미국 유권자들로부터 ‘솔직하지 않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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