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대를 중심으로 대학 정원을 2020년까지 2만명 이상 늘리기로 했다. 대신 인문ㆍ사회분야 인원을 그만큼 줄이는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해 인문학 고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졸 기능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점을 고려해 오는 2022년까지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의 비중은 30%까지 높이기로 했다.
교육부는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런 내용의 ‘2016년 국민행복 분야 업무계획’을 공개했다. 우선 산업수요에 맞춰 대학 체제를 개편하기 위한 대학구조개혁이 강도 높게 진행된다.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프라임사업)’을 통해 공학 등 초과 인력수요가 예상되는 분야의 정원을 2020년까지 2만여명 늘리고, 대신 공급이 넘칠 것으로 전망되는 인문ㆍ사회 분야 정원을 그 만큼 줄인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은 공학ㆍ의학 분야에서 2024년까지 21만9,000여명의 초과 수요가, 인문ㆍ사회 분야는 31만8,000명의 초과 공급이 전망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의학 분야의 경우, 학과 정원을 늘리려면 보건복지부 승인이 필요해 이번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또 2022년까지 대학 정원을 총 16만명 감축한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 발의된 ‘대학구조개혁법’의 국회 통과도 지원할 방침이다. 기업이 특정 학과의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졸업생의 취업을 보장하는 ‘주문식 교육과정’ 등 사회맞춤형 학과 정원도 내년까지 기존의 3배인 1만5,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대학구조조정이 본격화 되면서 인문학 고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류병래 전국 국공립대 인문대학장 협의회장은 “정부가 대학 구조개혁을 프라임사업 등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이른바 ‘문사철’ 등 인문학 고사 위기를 부채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대비한 대학들의 학과 개편도 본격화 되면서 학내 반발 역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졸 기능인력의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해 오는 2022년까지 전체 고교생 중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의 비중을 현재 19%에서 30%까지 끌어 올리는 계획도 내놨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만큼 일반고 위주로 정원을 줄이고 직업계고 학생 수를 현 수준(33만명)으로 유지해 상대적인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직업계고의 입학정원은 11만3,000명이었지만 입학수요는 이보다 3만1,000여명이 더 많았다.
이와 함께 학교와 기업이 함께 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하는‘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올해 60곳, 내년 203곳씩 늘리고 기존 공업계열 외에 정보기술(IT), 서비스 분야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취업 뒤 진학 수요를 감안해 평생교육단과대학 등 ‘후(後)진학 대학’ 정원도 지난해보다 4,800여명 늘어난 6만900여명으로 확대한다. 올해부터 전국 중학교에 도입되는 자유학기제 활동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고교입시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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