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적 남미 기질 대표 브라질
“국가적 불행과 개인의 삶 분리”
위기 거듭 겪으며 면역력 높여
“브라질의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국가적인 불행과 개인의 삶을 별개로 여기는 브라질 사람들의 성향 때문이다. 브라질 국민은 정치ㆍ경제적 불안을 겪으면서 위기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 왔다.”
브라질 유명 민간 연구기관 제툴리오 바르가스 재단(FGV)의 웨슬리 멘데스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브라질의 행복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멘데스 교수는 2011년부터 국내총생산(GDP)을 대체할 새 지표로 브라질 현실에 맞는 행복지수 개발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경제학자다.
브라질은 2014년 미국 여론 조사 기관 갤럽과 보건 컨설팅 업체 핼스웨이스가 145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계 웰빙지수 조사에서 15위(한국은 117위)에 오르는 등 삶의 질 만족도가 높다. 두 차례 금융위기 속에 개인들이 극도의 침체와 불안정을 경험했던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멘데스 교수는 “외부환경의 불안을 개인적인 불행과 연결시키지 않고 각자 삶의 질을 향상시킬 방법을 찾는 기질이 있다”고 말했다. 남미인 특유의 낙천성이다.
멘데스 교수는 “브라질도 학교와 일터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면서도 브라질인의 긍정 마인드에서 차이점을 찾았다. 한국일보 국제조사에서도 브라질인은 한국인에 버금갈 정도로 경쟁의식 속에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브라질에서는 학교 성적이 나쁘다고 해서 자살하는 경우는 없다”며 “‘문이 닫히면 분명히 창문은 열린 채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미래를 낙관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브라질인의 행복감이 과거보다는 줄어들고 있다는 게 멘데스 교수의 평가다. 최근 ‘브라질인의 자부심이 브라질 행복 수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마친 그는 “과거 저학력층을 중심으로 축구 강국의 자부심 등이 행복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에는 축구나 카니발보다 부패 등 브라질의 실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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