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을 놓고 고심하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의원이 21일 당 잔류를 공식 선언했다. 박 의원의 잔류 결정으로 더민주는 탈당 사태의 큰 고비를 넘겼다. 그가 당을 떠날 경우 수도권 의원 상당수가 동반 탈당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박 의원을 영입해 호남에 이어 수도권에도 바람을 일으키려던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박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이 이끄는 선거대책위원회 참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총선을 앞둔 당내 업무는 물론 야권 통합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당 합류 가능성을 내비쳐 그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의원과 함께 정치권의 ‘박남매’로 불리던 박지원 의원은 22일 탈당하기로 했다.
박영선 “文의 사퇴와 김종인 영입이 잔류 큰 이유”
박 의원은 이날 ‘새 경제를 위한 강한 정통야당 더민주를 지켜봐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저는 현재의 자리에 남아 오랫동안 몸과 마음을 다해 정성을 쏟아온 경제정의, 사회정의를 위한 일에 집중하겠다”며 당을 떠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잔류 결심을 하는데 김종인 위원장 영입이 결정적 계기가 됐느냐는 질문에 “영향 주신 건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통해 박근혜 정권이 우리나라 경제를 너무 힘들게 하고 있기에 이걸 어떻게 바로 세울 수 있느냐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했다. 선대위 합류 에 대해선 “김 위원장과 진지하게 얘기를 나눠보진 않았다”며 직접 언급은 피했다. 다만 “김 위원장께 오늘 아침 마음의 결심을 하고 나서 ‘오늘 결정은 감 박사와 저의 30년 인연이 만들어 주었다’는 문자를 드렸다”며 “김 위원장은 ‘대단히 감사합니다. 참다운 수권정당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합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과 인연이 깊은 박 의원의 선대위 합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경우 박 의원은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사퇴 이후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물러난 2014년 9월 이후 16개월 만에 당 운영의 핵심에 복귀하게 된다.
박 의원은 문재인 대표 사퇴가 잔류 이유인지에 대해 “광주ㆍ호남 민심이 돌아오지 않으면 제가 선대위 들어간들 크게 힘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광주ㆍ호남 분들의 마음을 더민주가 이렇게 어루만질 수 있도록 하는 결단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씀을 드린 적은 있다”고 우회적으로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사실을 인정했다. 박 의원은 ‘친노 패권주의’의 개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힘들지만 상당 부분 노력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꺼번에 할 수 없고, 단계적으로 고쳐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영선은 남고, 박지원은 떠나고... ‘박남매’ 다른 길 간다
박 의원은 자신과 가까운 정운찬 전 총리와 관련, “정 전 총리의 마지막 과업이 불평등 해소를 위한 동반성장이라면 한데 모여 노력해야 하지 않냐고 했는데, 적극 동의했다”며 “만약 정치를 하신다면 더민주에서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정 전 총리가 선대위 합류 대신 동반성장을 다룰 별도 특위 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박 의원은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역할론에 대해선 “아직도 그 역할론이 강하게 남아 있다”고 기대했다.
박 의원은 탈당 인사들을 향해 “언젠가는 하나가 되어야 할 식구”라며 “이 마음을 잊지 말고 함께 힘을 모아 야권을 통합의 힘으로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에 대해선 “새누리당 지지자들을 많이 잠식한다면 3당 체제도 나쁘지 않다”면서도 “국민의당은 강한 야당을 목표로 하지 않는 대신 MB(이명박 전 대통령)세력 흡수를 검토하는 것처럼 중도로서 행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박영선 의원과 ‘박남매’라 불릴 정도로 가까웠던 박지원 의원은 22일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의원은 그 동안 탈당 후 국민의당에 합류하지 않고 제3지대에서 무소속으로 남아 야권 재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왔다. 반면 그가 동반 탈당할 것으로 호언했던 광주전남 의원 4명에 대해선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아 이들도 당에 잔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