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쯔위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제 쟁점은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의 잘잘못을 떠나 사과 영상에 대한 강요가 있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내 여론은 쯔위가 중국과 대만의 정치싸움에 희생양이 됐다고 결론 내렸다. 양안 관계(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고려해 행동했으면 좋았겠지만, 17세 소녀가 자국 국기를 흔들면서 무슨 정치적 의도를 보였겠냐는 생각이다.
이번 사태로 연예인의 정치색 표현이 새삼 화젯거리가 됐다. 최근 몇 년 사이 공개적으로 정치적 발언이나 활동을 하는 연예인이 늘었으나 한편에선 공인으로서 자제해야 한다는 인식도 여전히 존재하는 법. 정치적 활동을 한 연예인 대부분은 대중의 비난이나 외압을 감수해야 했다.
1. 김제동
방송인 김제동은 사실상 '친노' 연예인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는 2009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 사회자로 참석하며 본격적으로 정치 성향을 드러냈다. 한 달 후인 그해 10월 KBS 2TV '스타 골든벨'과 MBC '환상의 짝꿍'에 연달아 하차해 '외압설'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김제동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수년간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면서 거침없이 정치적 소신을 밝혔다. 이후 그는 '반값등록금 촛불집회', '쌍용차 해고 노동자 토크콘서트',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 등에도 참석했다. 적극적인 활동으로 2012년 김미화와 함께 '국정원 사찰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그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펼쳐 국정화 찬성을 지지하는 엄마부대의 반발을 샀다.
2. 이윤석
개그맨 이윤석은 지난해 12월 TV조선 시사 토크 프로그램 '강적들'에서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갈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은 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윤석은 "야당은 전라도당이나 친노당이라는 느낌이 있다. 저처럼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은 기존 정치인이 싫다"고 말해 프로그램 하차 요구까지 받았다. 최근 '강적들'의 하차가 확정됐으나 제작진 측은 외압 의혹에 대해 "발언 논란과 무관하다. 스케줄 상의 이유가 더 크다"고 일축했다.
3. 은지원
가족을 응원하러 나섰다가 곤욕을 치른 스타도 있다. 가수 겸 방송인 은지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유세를 도운 데 이어 2013년 제 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 행사에 가족 자격으로 참석했다. 은지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누나인 고 박귀희씨의 손자로 박 대통령의 5촌 조카다.
이후 은지원은 박 대통령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등의 악성 루머에 시달렸다. 그는 지난 6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딱히 정치색을 보인 것도 아니지만, 연예인은 정치색을 보이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 바 있다.
4. 이효리
소셜테이너인 가수 이효리는 종종 SNS를 활용한다. 2011년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를 독려하는 소설가 이외수의 글을 리트윗했다가 '좌파 연예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트위터에 "서울시민으로서 서울시장 뽑는 투표에 다 같이 참여하잔 뜻을 밝힌 것뿐인데, 용기 있다는 사람은 뭐고 또 욕하는 사람은 뭔가"라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이 외에도 그는 노란봉투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등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이효리는 2012년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정치적 발언으로 협박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로 '입조심 시켜라'며 정치권에서 전화가 온다고 하더라"며 "옳다고 생각하니까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5. 김정태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주가를 올리던 배우 김정태는 한순간의 선택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그는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아들 야꿍이와 함께 당시 경남 양산시장 새누리당 후보였던 나동연 양산시장의 선거유세 현장에 방문했다.
현장을 담은 사진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김정태는 아들을 선거 유세에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김정태는 "단순한 행사 참석인줄 알고 야꿍이(아들)와 함께 동참한 것이다. 선거 유세 자리인 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블로그에 김정태의 사진을 게재했던 나 시장 측도 공식사과문을 올렸으나 여론은 식지 않았다. 결국 김정태는 시청자에게 마지막 인사도 전하지 못한 채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