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주요 90여 개 도시에서 1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동성 부부를 법적으로 인정해 달라는 집회를 벌였다고 미국 뉴욕 타임스가 이탈리아 성소수자 단체 ‘아르치게이(Arcigay)’를 인용해 보도했다.
21일부터 이탈리아 의회는 동성 부부의 시민 결합을 인정하는 법안의 심사에 착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탈리아의 동성 커플은 공동으로 아이를 입양하고 재산과 연금을 상속할 수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서유럽 주요 국가 중 동성 부부의 시민 결합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다.
로마에서 열린 성소수자 집회에 참여한 콘스탄자 탄틸로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이 구호를 들고 행진했을 때가 10년 전”이라며 “이번에는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회는 ‘이탈리아여 일어나라, 문명인이 될 때다’라는 구호를 내세워 90여 개 도시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바티칸을 품은 가톨릭 국가답게 반대파의 저항도 거세다. 주로 가톨릭 교도로 구성된 반대 진영은 30일 로마의 원형경기장 키르쿠스 막시무스(Circus Maximus)에서 집회를 열어 세를 과시할 예정이다. ‘가족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열릴 동성애 반대 집회에는 수십만 명이 모일 것으로 AFP통신은 예측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2일 “기독교가 인정하는 방식의 결혼 외에 어떤 결합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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